[1935. 3. 8] 반평생 주인만 기다린 명견 하치코, 시부야 역에서 눈을 감다
"하치코(ハチ公)"로 잘 알려진 강아지의 동상.
아키타 종이던 하치코는 1923년 11월 10일, 아키타(秋田)현 오다테(大館) 인근의 한 농가에서 어미 견의 여덟째 강아지로 태어나 '하치(여덟)'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던 것을 당시 도쿄 제국대학 농학과에 재직 중이던 우에노 히데사부로(上野 英三郎, 1872~1925) 교수가 농가에 방문했다가 강아지였던 하치코를 사들여 독신으로 살고 있던 도쿄 시부야(渋谷)의 자택으로 데려왔다.
이후 하치코는 매일같이 기차를 타고 교수가 출근하면 역까지 따라 나섰고, 주인님이 열 시간 뒤 다시 돌아 때까지 내내 시부야 역에 앉아 주인을 기다렸다.
하지만 1925년 5월 21일, 학교에서 강의 중이던 우에노 교수는 뇌출혈로 쓰러졌고, 그날부터 집으로 통근열차를 타고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하치코는 교수가 돌아오지 않아도 매일같이 거르지 않고 역에서 기다렸다. 심지어 처음에는 주인이 오지 않고 역에 계속 앉아있는 개를 보고 역을 오가는 탑승객이나 역사(驛舍) 직원들이 떠돌이 들개로 보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으나, 1932년 10월 4일자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에 처음 하치코의 사연이 알려지게 됐고,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 이후부터는 하치코를 조금씩 돌봐준 사람들도 나왔고, 역의 직원이나 플랫폼을 오가는 사람들도 하치코에게 간단한 간식거리나 음식을 갖다 주었다고 한다.
하치코는 1935년 3월 8일, 자신이 쓰러진 그 날까지 9년 9개월 15일 동안 시부야 역에서 돌아오지 않는 주인의 그림자만 기다리다 눈을 감았다.
어지간한 인간보다 뛰어난 충정을 보여준 이 작은 강아지를 기리며 시부야 역에는 "하치코"의 동상이 세워졌으며, 사후에 나마 하치코가 주인과 재회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동상은 하치코가 퇴근하여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하치코의 이야기는 이후 충성과 헌신의 모범 사례로 널리 이야기가 퍼졌으며, 드라마, 영화, 책 등 각종 매체로 하치코와 우에노 교수의 이야기가 제작됐다.
하치코가 사망했을 당시 11세였으며, 시부야 역에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되어 지나가던 이들이 시체를 수습한 후 매장했다. 하치코는 사망 당시 11세의 나이였으므로 객사 혹은 자연사로 추정됐으나, 2011년 과학자들이 조사로 밝힌 바에 따르면 정확한 사인은 말기 암과 심장사상충 감염의 복합적인 이유로 밝혀졌다. 사망 당시 하치코의 위 속에서는 4개의 꼬치구이 막대기도 나왔지만, 이것이 위를 찌르거나 염증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인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하치코는 사후 화장된 뒤 도쿄 미나토(港)구 아오야마(青山) 묘지에 있는 우에노 교수의 묘 바로 뒤에 분골이 안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