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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0]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콘돔으로 보는 '콘돔의 역사'

라마막 2023. 2. 13. 12:10

1640년 스웨덴에서 발견된 현존 가장 오래된 콘돔.

1640년 경에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콘돔(!). 스웨덴의 룬트(Lund)에서 발견됐다. 재질은 양 가죽으로 만들었다.

사진 속의 콘돔은 재사용이 가능했으며, 사용방법이 라틴어로 겉면에 쓰여 있다. 사용 방법으로는 질병 예방을 위해 뜨겁게 덥힌 우유에 담가 소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실 이 점은 이 콘돔이 만들어진 시대를 생각해볼 때 흥미로운 부분이다. 제작자가 양가죽 콘돔으로는 성병 예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7세기 당시의 콘돔은 성병 예방 목적보다는 오로지 임신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16세기 경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이자 의사인 가브리엘레 팔로피오(Gabriele Falloppio, 1522~1562)1490년대부터 확산된 매독이 성관계를 통해 확산된다고 파악하면서 콘돔 사용을 제창했고, 그는 리넨 재질로 만든 천을 사용 전 화학 약품에 적셔 쓰도록 권장했다. 그가 고안한 콘돔은 남성 성기의 끝 부분만 리넨으로 씌운 후 끈으로 리본을 만들어 묶는 식이었다. 그는 이 '리넨' 재질의 콘돔이 매독 확산을 억제했다고 주장했다.

고고학자들은 영국 버밍험(Birmingham) 인근 더들리 성(Dudly Castle)에서 당 시대에 만들어진 다른 콘돔도 발굴해냈다. 영국에서 제작한 이 콘돔은 동물이나 생선 창자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최초로 인류가 피임용 도구를 언제 제작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문헌 상에 등장하는 첫 콘돔은 이집트인들이 기원전 1,000년 경에 동굴 벽화에 기록한 콘돔이다. 한편 프랑스 콩바렐(Combarelles)의 한 동굴 벽화에도 콘돔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그려져 있는데, 이 벽화는 기원전 2,000년 경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로마 병사들이 원정을 떠날 때에도 성병 확산을 막기 위해 말린 양의 창자로 만든 콘돔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안타깝게도 실물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이 없다. 한편 동양권에서도 비슷한 피임도구를 쓴 기록이 보이는데, 중국에서는 기름을 바른 실크나 양의 창자를 썼다는 언급이 등장하고, 일본에서는 거북이 껍질을 연마하거나 동물의 뿔을 얇게 발라내어 연마한 '카부토가타(甲形)'라는 물건을 쓴 기록이 남아있다.

한편 콘돔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법적 문제와 종교적 문제로 사용이 크게 위축됐다. 일단 인구 감소를 우려한 유럽 각국의 정부는 콘돔 사용을 기피하도록 격려했고, 종교계는 '아이는 신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이유로 인위적인 피임을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유럽에서는 술집이나 이발소, 화학상, 시장 등 다양한 곳에서 콘돔을 판매했고, 곧 미국으로 전파되면서 중산층과 상류층 위주로 사용했다.

콘돔 제작 기술의 혁신(!)이 가해진 것은 1839년 미국의 화학자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 1800~1860)가 고무의 획기적인 처리 방법을 발견하면서 이루어졌다. 그는 차가운 온도에서는 딱딱하고, 더운 온도에서는 지나치게 부드러워지는 고무를 적절하게 처리하면 상온에서 탄성이 높은 고체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곧 동물의 창자를 쓰던 콘돔 제조업체들은 탄성으로 길게 늘어나는데다 쉽게 찢어지지 않는 고무를 대체재로 쓰기 시작했고, 첫 고무 콘돔이 1855년부터 등장했다. 최초의 콘돔은 아직 질기고 딱딱해 자전거 바퀴의 안쪽 고무 같은 느낌이었으며, 사용도 쉽지 않았다.

곧이어 1912, 폴란드 출신 발명가인 줄리우스 프롬(Julius Fromm, 1883~1945)은 유리 금형을 생고무 용액에 담그는 방식을 개발했으며, 기존에 석유나 벤젠을 첨가하던 방식을 물과 더운 공기, 암모니아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라텍스(latex)'를 만들었다. 이렇게 등장한 라텍스는 기존 고무보다 얇아 성관계 시 성감을 더 높였고, 고무보다 질겨 덜 찢어지거나 터졌으며, 상온에서 5년 이상 유지가 가능한데다 인화성 재질이 첨가되지 않아 안전했다.

콘돔은 20세기까지도 숙련된 노동자가 일일이 하나씩 고무를 용액과 섞는 방식으로 만들었으나, 1920년대부터 생산라인이 깔리기 시작했고, 1930년에는 완전 자동화 생산방식 특허가 등록됐다. 콘돔은 특히 2차세계대전 기간 중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전쟁에 참가한 유럽, 미국 및 아시아권 국가 병사들에게 배포됐고, 이들은 반드시 성관계를 위한 용도 뿐 아니라 콘돔의 방수성을 이용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

1960년대부터는 미국의 국제개발청(USAID: 마셜플랜의 후신)이 저개발국의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수백 만 개의 콘돔을 전세계에 뿌렸고, 특히 인도에 대량으로 살포되면서 2004년까지 인도에서만 19억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콘돔'이라는 단어는 18세기에 처음 등장했으며, 1706년 경에는 '콘둠(condum)', '콘돈(condon)', 1744년에는 '쿤둠(cundum)' 등으로 쓰인 예가 발견된다. 단어의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으나, 민간 전승에는 처음 콘돔의 일반 사용을 권장한 영국의 찰스 2(Charles II, 1630~1685)의 궁중의사 였던 '콘돔 백작(Earl of Condom)'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나 이 콘돔 백작이 실존인물이라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현대의 백과사전에도 '콘돔' 항목에는 '이름의 기원을 알 수 없다'라고 대부분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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