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4월 11일, 소말리아의 키스마요에서 촬영된 영국군 병사들의 모습. 이들은 당시 이탈리아령 동아프리카에서 파스케스(로마제국 양식의 기둥)를 철거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령 에티오피아(1936~1941)는 원래 에티오피아 제국이었으나,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가 침공하여 5년간 지배했다. 이탈리아령 에티오피아는 오늘날 에티오피아 뿐 아니라 이전 암하라, 하라르, 갈라-시다모- 스키오카를 아우르던 땅이었으며, 이탈리아가 점령한 뒤에는 행정상의 공식 명칭으로 '이탈리아령 동아프리카', 혹은 'AOI(Africa Orientale Italiana)'라 불렀다.
사진 속 파스케스는 로마의 12개 고대도시 중 하나인 에트루스칸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는 로마가 정복했던 에트루리아의 도시였다. 이 도시의 상징은 추수한 밀을 묶어놓은 단과 도끼였고, 라틴어로 '다수의 개인에서 하나가 되다'였다.
: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은 무솔리니의 착각을 낳은 단초가 된 정복사업이다.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1807~1882) 장군이 이끄는 '붉은 셔츠 천인대'와 사르디니아 왕국의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Victor Emmanuel II, 1820~1878)에 의해 뒤늦게 통일된 이탈리아는 모처럼 유럽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었고, 1차대전의 승리를 발판으로 유럽의 중심국가가 되고 싶어했다. 이 상황에서 총리가 된 무솔리니(Benito Musoloni, 1883~1945)는 통일 이탈리아의 위세를 떨치고 싶어했다. 무솔리니는 그 첫 단계로 에티오피아 정벌을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아직 군이 정립이 덜 된 이탈리아는 생각과 달리 에티오피아에서 처절하게 고전했다. 특히 산악지형과 혹독한 아프리카 환경에 특화된 에티오피아 제국군을 상대로 이탈리아군이 에티오피아에서 싸우는 것은 간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업에 사활을 건 무솔리니는 가용전력을 모두 쏟아부어 결국 동아프리카 정복을 완수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것이 그에게 착각을 낳았다는 점이다. 사실 에티오피아 군의 전력은 유럽의 어지간한 국가보다 약체였는데, 이를 상대로 고전한 이탈리아의 군세는 아직 유럽 열강에 비해 한참 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무솔리니는 병력 수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숫자를 부풀리는 조작을 했는데, 삼각편제였던 이탈리아군을 2각편제로 재편하면서 사단 수를 약 30% 정도 부풀렸다.
이후 1936년부터 벌어진 스페인 내전에 적극 개입한 이탈리아는 이 곳을 '마지막 준비점검'용 전장으로 활용했다. 특히 잠수함을 비롯한 해상전력까지 모두 시험을 마친 무솔리니는 방공동맹을 체결한 독일과 함께 유럽을 석권할 구상을 했고, 히틀러 역시 이런 이탈리아를 든든히 여겨 연합군으로부터 유럽 남부를 방비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히틀러에겐) 안타깝게도, 이탈리아는 신뢰할만한 동맹국이 되지 못했다. 개전 후 불과 수개월 만에 이탈리아의 부풀렸던 전력은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1940년 12월, 북아프리카에서 연합군에게 대패하며 주력인 10군단이 괴멸된 이탈리아는 홀로 버틸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됐고, 결국 독일은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Erwin Rommel, 1891~1944) 장군을 파견해 이탈리아를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남은 이탈리아군은 1943년까지 이렇다 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무솔리니가 실각한 뒤 연합군에 항복했다.
스스로의 전력을 과장해서 부풀렸다가, 그것을 본인이 믿어버리는 것을 셰익스피어의 고전 소설 '오델로(Othello)'에 비유해 '오델로의 실수'라고 부른다. 그리고 스스로 전력을 부풀렸다가 그 자체를 스스로 믿어버리고 과신했던 무솔리니의 실책은 대표적인 '오델로의 실수' 사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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