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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과학

[2006. 8. 24] 명왕성,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 당하다

라마막 2022. 12. 8. 23:27

명왕성의 모습. / Public Domain

2006년 8월 24일, 지금까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인정되어 온 명왕성(Pluto)이 국제 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으로부터 행성군에서 "퇴출" 당하여 왜행성(dwarf planet)으로 격하됐다.

정식 이름을 <134310 플루토>로 변경된 명왕성은 1840년대부터 이미 해왕성<Neptune>, 천왕성<Uranus>과 더불어 현재 위치에 존재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왔으며, 1930년 2월 18일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라는 미국의 천문학자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주로 암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명왕성은 질량이 달의 1/6, 용적은 1/3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명왕성은 다섯 개의 작은 달을 갖고 있으며, 반경은 1,738km 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 톰보가 행성을 발견했을 당시 톰보가 속해있던 로웰 관측소(Lowell Observatory)가 명칭 부여권을 갖고 있었다. 관측소는 새로 발견한 행성의 이름을 모집했으며, 곧 아틀라스(Atlas)부터 자이말(Zymal)까지 1,000개가 넘는 응모가 들어왔다. 톰보는 남들에게 이름을 뺏기기 전에 서둘러 명명하자고 제안했으며, 관측소장인 콘스탄스 로웰은 처음에 "제우스(Zeus)", "퍼시벌(Percival: 아더왕의 기사 중 한 명임)", "콘스탄스(Constance)"를 제안했으나 전부 거절됐다. 최종 채택된 "명왕성(=플루토)"이라는 이름은 영국 옥스포드에 살던 베네티아 버니(Venetia Burney)라는 이름의 11살짜리 여학생이 제안했는데, 원래 그리스 신화에 심취해있던 그녀는 명왕성의 어둡고 차가운 느낌에 착안해 명계(=저승)의 신인 플루토(하데스)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1930년 3월, 로웰 관측소는 크로노스(Chronos, 시간의 신), '미네르바(Minerva)'와 플루토를 놓고 투표를 했고, 플루토가 만장일치로 선택됨에 따라 정식 명칭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2006년, 국제 천문연맹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명왕성의 "행성"지위를 재심의하기에 이른다.

첫째, 위에도 열거됐듯, 명왕성은 "행성"이라고 하기엔 크기가 굉장히 작다. 비교적 작은 행성인 수성보다도 작고(약 5,000km), 심지어 지구의 위성인 달보다도 작다.

둘째, 명왕성의 이심률(離心率 /Eccentricity)이 지나치게 크다. 명왕성은 이심률이 0.248로 태양계 행성 중에서 제일 커 긴 타원형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행성의 모양이 원형이 아니라 찌그러진 타원형이라는 것이다.

셋째, 명왕성의 궤도면은 다른 행성과 다른 황도면을 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성부터 해왕성까지는 모두 거의 비슷한 황도면 상에서 돌고 있어 궤도가 비슷하지만, 명왕성만 혼자 17.1도 이상 벌어진 궤도를 돌고있으며, 심할 때는 해왕성 궤도 안까지 파고든다. 즉, "태양"의 궤도를 도는 행성이라고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넷째, 행성은 '그 궤도 주변에서 지배적인 천체'여야 하는데, 명왕성은 여기서 몇 가지 문제를 갖는다. 일단 명왕성은 중력이 약해 자신의 "위성"인 카론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카론의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카론과 질량이 비슷하다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궤도가 고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명왕성은 이상의 이유로 행성의 위치를 잃고 왜행성으로 재정의 됐으며, 태양계 행성군에서 "퇴출"당했다. 물론 아직도 이 결정에 대해 다양한 반론이 존재한다. 반론 중에서는 오히려 명왕성 및 다른 왜행성인 이리스(Eris)와 세레스(Ceres)를 행성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도 있는데, NASA는 명왕성의 퇴출 이후 행성 수를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고 있다. 현재 명왕성은 처음에 언급했듯 "134310 플루토"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는데, "저승세계 신"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초라해진 신세가 어딘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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