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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 10] '진짜'로 알려진 '가짜' 전투 사진

라마막 2022. 12. 1. 14:50

렌 체트윅 作, <적의 거점 함락> : 디지털 채색

1942년 10월 말, "라이트풋(Lightfoot: 2차 엘 알라메인 전투)" 작전 기간 중 촬영된 사진. 사진 속 영국군 병사들은 독일제 MP-40을 만져보고 있다. 이들 근처에는 독일군으로부터 노획한 50mm Pak 38 대전차포와 '죽은 독일 병사의 시신'이 사진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완벽한' 사진은 전쟁 채권 판매 홍보용으로 쓰인 사진으로, 실제 전투 후의 사진이 아니라 "쳇(Chet)"이라는 남자가 사진 홍보용으로 연출한 것이다.

렌 체트윈(Len Chetwyn) 병장은 "전투장면 재연 전문" 사진사로, 영국 육군 사진부대(AFPU) 소속으로 활약했다. 사실 그가 전선에서 한참 먼 곳에서 '전투 장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당대에도 큰 비판을 받았다. 실제 전투 장면을 찍기 위해 목숨걸고 전선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 실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뛰는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본 것이다. 문제는 체트윈의 '가짜' 연출 사진이 훨씬 기술적으로 우수했다는 점이다.

그는 4인으로 구성된 사진 팀을 운영했으며, 서로 돌아가며 병사와 '죽거나 항복한 독일군' 역할을 맡았다. 당대 군종기자들은 이들을 '쳇의 서커스단'이라고 조롱조로 부르기도 했다. 아래 사진의 경우도 체트윈은 단순히 <적의 거점 함락>이라는 제목을 달아놨으나, 진실을 아는 이들은 이를 비웃었다.

우선 사진 속에서 톰슨 반자동 기관총을 든 영국군 병사를 보면, 그는 탄창이 빠져있는 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다. 두 번째는 '죽은 독일군 병사'가 문제인데, 그의 군화와 양말은 이상하게 서 있는 영국군 병사들의 것과 동일하다. 독일 아프리카 군단(DAK) 소속 병사들은 캔버스제 군화를 신었으며, 군화도 발목 이상까지 올라오도록 되어 있었다. 양말 역시 독일군은 보통 고무줄이 들어가지 않은 양말을 신은 후 위를 말아 접어 신었다. 마지막 문제는 벨트로, 코트 위에 벨트를 착용한 모습부터 무엇인가 어색하다. 추정에는 영국군 전투복을 입고 있다가 독일군 코트만 위에 걸치고 벨트를 둘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덕적인 문제만 제쳐두자면, 체트윈의 사진은 사실 그 '목적'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구도나 연출 상황이 자연스러워 얼핏 본다면 '실제 전장 사진'으로 충분히 믿을 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사진 일부는 아직도 상당 수 실제 전장 사진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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