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3월, 독일 코블렌츠(Coblenz)에서 독일 저격수에 당해 쓰러진 신원 미상의 미군 병사.
전장 위에서 보병에게 가장 치명적인 전력 중 하나는 저격수의 존재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 하루 종일 은폐 · 엄폐를 하고, 표적을 소리 없이 노린 후 방아쇠를 당기며, 명중 뒤에는 유령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중 저격수는 모든 전장에서 활약했으며, 그 중 특히 러시아 전선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저격수를 가장 잘 운용한 군은 러시아 군으로, 공식 기록 상 러시아 저격수에 부상을 입은 독일군은 11,976명에 달한다. 한편 가장 대기록을 남긴 저격수는 핀란드 '겨울전쟁' 중 활약한 시모 헤위하(Simo Häyhä, 1905~2002)로, 이 기간 중 542회의 저격에 성공해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저격수로 이름을 남겼다.
독일 역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마테우스 헤체나우어(Matthäus Hetzenauer, 1924~2004)가 그 중 선두로 346회의 저격을 성공시켰다. 소련은 500회의 공식 저격 기록을 보유한 이반 시도렌코(Ivan Sidorenko)가 최다 저격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록과 별개로 가장 명성을 떨친 저격수는 바실리 자이체프(Vasily Zaitsev, 1915~1991)로, 러시아 스테페(Steppe) 지역에서 살던 양치기였으나 2차대전 발발과 함께 저격수가 되어 242명의 독일군을 쓰러뜨렸다. 그는 러시아군 동료 뿐 아니라 독일군에게도 명망을 얻었다.
자이체프의 경우는 사실 전형적인 '소련 프로파간다'에 의한 전설화의 사례이기도 하다. 그는 자서전에서 독일 제3제국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수차례 저격수를 보냈던 사실을 언급했으며, 그 중에는 조센(Zossen)의 SS 저격수 학교장으로 '쾨니히(Konig) 소령'이라 불린 하인츠 토르발트(Heinz Thorvald, ?~1942)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자이체프는 스탈린그라드 폐허 속에서 토르발트와 3일간 결투를 벌였으며, 대결은 자신이 토르발트를 쓰러뜨리면서 끝났다고 술회했다.
이 두 사람의 대결은 영화 《에네미 엣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2001)》에도 묘사됐으며, 영화배우 에드 헤리스(Ed Harris)가 토르발트 역을 맡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인츠 토르발트의 존재 자체가 증명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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