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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 3. 10] 달라이 라마, 인도로 망명해 망명정부 수립

라마막 2023. 3. 11. 12:06

1959년 3월 10일, 정교일체 국가이던 티벳의 국가수반인 달라이 라마(Dali Lama XIV, 1935~/본명은 텐진가쵸)가 수도 라싸를 탈출해 인도로 망명했다. 당시 왕궁인 포탈라 궁 주변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달라이 라마 체포를 막기 위해 30만 명의 티벳인들이 운집한 채 쌍방이 대치 중에 있었다.

티벳은 1951년까지 독립국가 지위를 누리고 있었으나, 곧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중국 공산정부가 일방적으로 진주하면서 17개 조항에 동의하도록 강요하면서 무너졌다. 1950년 10월 7일, 중국은 티벳 동부의 참도를 공격하면서 티벳에 대해 첫 공세를 취했으며, 티벳은 황급히 국제연합(UN)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6.25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한참 정신없던 상황이므로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에 달라이 라마는 일단 티벳 남부로 피신했으며, 중국 정부와 협상을 위해 베이징으로 참도 지사인 응아푀 아왕 직메(1910~2000)가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때 중국 정부는 1951년 5월 23일자로 중국-티벳이 17개 조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17개 조항은 향후 티벳이 중화인민공화국에 복속하되 자치권을 줄 것이며, 계속 달라이 라마가 지도자 역할을 하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된 내용은 티벳인들은 향후 '조국인' 중화인민공화국에 복속하며, 전 국민이 단합하여 티벳에서 제국주의 군대를 몰아내고 노예 상태에서 해방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주권국가이던 티벳에 몰아내야 할 '제국주의 군대'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이를 성립시키기 위해 중국은 티벳인들의 '조국'이 중국이라는 논리를 밀어붙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티벳군을 '몰아내야 할 제국주의 군대'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이 조약이 협박에 의해 서명됐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중국은 티벳 대표단을 앉혀 놓은 후 협박과 강요된 분위기 속에서 협정에 서명하게 했으나, 이들은 협상 대표단일 뿐, 협정을 체결할 권한은 위임되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대표단은 권한 문제로 본국과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중국 정부는 이 조차 허용하지 않은 상태로 서명을 종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대표단에게는 국새도 없었기 때문에 협정서에 직인을 찍을 수 없었지만, 명분이 급했던 중국은 직인마저 날조하여 협정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중국은 지속적으로 이 조약을 근거로 들며 티벳 합병의 명분으로 사용했다.

결국 중국과 티벳 간 적대 분위기가 고조되며 티벳 전역에 시위 분위기가 일어났고, 이것이 대규모 유혈사태가 될 가능성이 보이자 일단 달라이 라마는 포탈라 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중국 정부가 협상의사를 보이지 않고 일방적인 자세를 취하는데다 유혈 사태마저 감당할 태도를 보이자, 측근의 조언을 받아들인 달라이 라마는 인민해방군이 티벳 병사 군복으로 갈아입고 소수의 각료와 함께 포탈라 궁을 탈출했다. 그는 인접국가인 인도로 망명한 후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수립했다.

결국 티벳을 장악한 중국은 티벳에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부여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치정부 자체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았으므로 명분을 위한 허울에 불과했다. 이후 티벳인들의 대규모 봉기와 시위를 우려한 중국정부는 티벳 지역에 한족을 대규모로 이주시켰으며, 현재는 원주민인 티벳인의 인구 수를 누르고 한족이 다수 민족이 된 상태이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망명한 이후 그의 후임자를 임의로 지명했으나, 라마교의 종교수반이자 티벳 망명정부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자신은 아직까지 생존해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중국정부가 체결한 17개조 내용이다.

<중국 인민정부와 티베트 지방정부의 평화적인 티베트 해방에 관한 협의 17조 전문>

1. 티베트 인민은 단결하여 티베트에서 제국주의 침략 세력을 몰아낸다. 티베트 인민은 모국인 중화인민공화국의 가족안으로 돌아온다.

2. 티베트 현지 정부는 인민해방군이 티베트에 들어가 국방을 강화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3. 중국인민정치자문위원회 공동 강령에 기재된 민족주의 정책에 따라, 티베트 인민은 인민중앙정부의 통합적 주도 아래 민족적, 지역적 자치를 행사할 권리가 있다.

4. 중앙정부당국은 티베트의 현재 정치 체제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당국은 달라이 라마의 현재 지위와 역할, 그리고 권한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직급의 관리들이 평상시 직위를 유지할 것이다.

5. 뺀첸(판첸)라마의 현재 지위와 역할, 그리고 권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6. 달라이 라마와 뺀첸라마의 현재 지위와 역할, 그리고 권한이라 함은 13대 달라이 라마와 9대 뺀첸라마가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의 지위, 역할, 권한을 의미한다.

7. 중국인민정치자문위원회 공동 강령에 기재된 종교적 자유의 정책은 이행될 것이다. 종교적 신앙, 티베트 인민의 전통과 관습은 존중받을 것이며, 불교 사원들은 보호받을 것이다. 중앙 정부 당국은 사원 재원에 손대지 않을 것이다.

8. 티베트 군대는 단계적으로 인민해방군내에 편입되고, 중앙인민정부 국방 세력의 일부가 될 것이다.

9. 티베트 민족 교육과 구어와 문어는 티베트의 현실 상황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10. 티베트의 농업, 가축 사육, 산업과 상업은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며, 인민의 생계수단도 티베트의 현실 상황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다.

11. 티베트에서 행할 다양한 개혁과 관련해서, 중앙정부당국의 강제는 전혀 없을 것이다. 티베트 현지 정부가 그 의사대로 개혁을 실행할 수 있으며, 인민측에서 개혁을 요구할 경우, 티베트의 지도자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12. 과거 친제국주의 혹은 친국민당 인사의 경우, 그들이 제국주의와 국민당과의 관계를 결연히 청산하고 파업이나 저항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과거에 관계없이 지위를 유지해도 좋다.

13. 티베트에 진입하는 인민해방군은 위에서 언급한 정책을 모두 준수할 것이며, 물건을 사고 파는데 정당한 거래를 하고 인민에게 속한 바늘 하나, 실 한 타래라도 독단적으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

14. 중앙인민정부는 티베트 지역의 모든 대외문제를 책임질 것이다. 인접국과는 평화적으로 공존할 것이며, 평등, 상호이익, 영토와 주권에 대한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공정한 통상 관계를 수립하고 발전시킬 것이다.

15. 협의안 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중앙인민정부는 티베트에 군사와 행정위원회, 군사지역 본부를 설치 할 것이며, 중앙인민정부에서 파견한 인사 이외에도 가능한 한 많은 현지 티베트인이 업무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다. 군사와 행정위원회에 참여하는 티베트 인사에는 티베트 현지 정부 구성원이었던 애국자나 다양한 지역, 다양한 종파를 배경으로 하는 이들도 포함될 것이다. 중앙인민정부와 여러 관련 지역 대표자들의 협의를 거쳐, 인사 명부가 곧 준비될 것이며 중앙인민정부의 승인을 통과할 것이다.

16. 군사와 행정위원회, 군사지역 본부, 티베트 주재 인민해방군에 들어가는 자금은 중앙인민정부에서 댈 것이다. 티베트 현지 정부는 인민해방군이 식량과 사료, 그외 생필품을 구입하고 운송하는 일을 도와야 한다.

17. 이 협의안은 서명과 날인이 끝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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