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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 7. 26] 사출 후 폭풍 뇌우 속을 헤치며 살아남은 조종사

라마막 2023. 7. 29. 12:33

1959년 7월 26일, 미 해병대의 윌리엄 랭킨(William Rankin 1920~2009) 중령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구름 속을 F-8 크루세이더(Crusader)로 비행하던 중 고도 47,000피트(약 14.3km)에서 사출해 추락했다. 그는 5분동안 자유낙하를 하다가 고도 약 1만 피트(약 3km)에서 낙하산이 겨우 개방됐다.

이후 그는 35분동안 천둥벼락이 계속 치는 폭풍우 속에서 이리저리 쓸려다녔다. 심지어 이 35분간 엄청난 폭우가 그의 얼굴로 쏟아졌으므로 그는 익사하지 않기 위해 수영하듯 계속 반복적으로 숨을 참았다. 그 과정에서 동상을 입었으며, 급격한 기압 저하 속에서 고통 받았다.

다행히도 그는 구름에서 벗어나면서 울창한 삼림지대로 안착하면서 살아남았다. 그는 훗날 이 날의 경험을 토대로 <벼락을 탄 사나이(Man who rode the thunder)>라는 자서전을 냈다.

: 아직까지도 적란층(cumulonimbus) 뇌우를 뚫고 사출해 살아남은 단 두 사람 중 하나다. 미 해병 조종사였으며,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참전용사기도 하다.

사고 당일 그는 매사추세츠 주 사우스 웨이머스 기지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보퍼트까지 비행 중이었으며, 비행 중 폭풍우를 만나자 고도를 높여 극복하려 했으나 돌파 중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잠시 후 엔진이 멎어버리자 그는 비상전력(APU)을 가동시키려고 레버를 당겼으나 레버 마저 부러졌다. 결국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자 폭풍우 속에서 사출레버를 당기고 크루세이더 밖으로 튀어 나갔다. 당시 그의 손목시계는 오후 6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랭킨 중령은 감압복을 입고 있지 않았으며, 외기는 -50도에 달했기 때문에 곧장 동상에 걸렸다. 또한 급작스런 압력차 때문에 눈, 코, 입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심지어 압력차로 인해 그의 복부까지 팽창했으나, 다행히도 좌석에 비상용 산소 공급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급한대로 압력을 맞췄다.

원래대로라면 낙하산이 더 낮은 고도에서 개방됐어야 하나, 폭풍우 속에 있다보니 고도계가 오작동을 해 낙하산이 일찍 개방됐다. 이 때문에 그는 불필요하게 적란운 폭풍우 속에 있으면서 30분 넘게 엄청난 회전과 좌우 상하 움직임에 시달렸다. 그는 구름 속에서 구토했으며, 발 근처에서는 천둥번개가 계속 오갔다. 그의 말을 따르면, 천둥은 밝은 '새파란 색'의 빛 덩어리였으며, 전기의 힘이 워낙 강해 근처에서 칠 때마다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구름에서 나가기 전에는 벼락 하나가 낙하산을 뚫으면서 작은 화재를 일으켜 '이젠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랭킨 중령은 뇌우가 호전되면서 빠져나왔고, 곧 삼림지대 위로 낙하했다. 그가 땅에 발을 디뎠을 당시 시간은 6:40분이었다고 한다. 잠시 후 구조대가 오면서 구출된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아호스키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그의 구체적인 행적은 불명이나, 기록에 따르면 사고 후 5년 뒤인 1964년 중령 계급으로 전역했고, 펜실베이니아 주 오크데일에서 88세를 일기로 2009년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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