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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 2] 스페인 독감 발생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캘리포니아 주 주민들

라마막 2023. 4. 18. 13:59

1918년 스페인 독감이 횡행하던 당시 캘리포니아 주 주민들의 모습.

19182월에 발생해 19204월까지 유행했던 이 독감은 당시 세계 인구의 1/3에 육박하는 5억 명 이상이 4차에 걸쳐 감염됐다. 사망자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지만 추정으로는 1,700만 명에서 5 천만 명에 달해 유럽 인구의 30%에서 60%인 약 75백만 명에서 2억 명이 사망한 흑사병(1346~1353) 다음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질병으로 꼽힌다.

: 학명은 A/H1N1이며, 대부분의 다른 판데믹과 달리 정확한 발원지가 특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확산이 시작됐을 무렵 미국 캔자스에서 횡행하기 시작했고, 이후 프랑스, 독일, 영국 순서로 옮겨갔다.

1차 세계대전 즈음에 발견한 이 질병은 아마도 유럽에서 이미 횡행했을 것으로 보이나, 전장에서 질병이 돈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사기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참전국 정부들이 언론을 통제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중립이던 스페인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그대로 보도가 됐으므로 스페인이 발병지로 오인을 받아 "스페인 독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대부분 확산성 질병은 유아와 노인층 감염과 사망율이 높지만, 스페인 독감은 특이하게 청년층 감염과 사망율이 높았다. 이 독감은 바이러스 침투 시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을 과다하게 분비시켜 정상세포까지 공격하게 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일으켜 감염자의 면역체를 붕괴시켰다. 실제 증상 자체는 일반적인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병이 빠르게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당시의 뒤쳐진 위생 개념과 영양 부족, 병원과 수용 시설의 부족에 따른 과다 수용 때문으로 보이며, 전쟁이 확산 속도에 불을 붙였다. 특히 전쟁 중 부상까지 입은 상태에서 감염이 진행되고, 수많은 약이 처방되는 바람에 박테리아 슈퍼 감염까지 발생하기도 해 적지 않은 피해자가 침대 위에서 오랜 시간 고통받다가 죽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질병은 총 4차에 걸쳐 확산됐다. 1차는 191843, 미국 캔자스를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1918311일에는 확산세가 동부 뉴욕 주 퀸즈(Queens, NY)까지 도달했다. 당시 3~4월 초에 방역에 실패한 것이 가장 뼈아픈 실수로 지적된다. 이후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질병은 유럽 대륙으로 옮아갔으며, 석방된 러시아 포로를 통해 곧 일본, 북아프리카 등지까지 퍼지다가 19186월에는 중국까지 감염자가 나왔다. 하지만 7월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도달하면서 1차 기세는 다소 누그러졌다.

19188, 이번에는 미국 보스톤과 시에라레온(Sierra Leone), 영국 브레스트 등지에서 다시 확산이 시작됐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인구 이동이 커지면서 이번에는 중앙아메리카와 남미 브라질, 카리브해까지 퍼졌으며, 조금 앞선 19187월에는 오스만투르크까지 감염자가 일부 보고됐다. 9월에는 뉴욕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뒤 인도까지 퍼졌으며, 다시 9월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감염자가 나오다가 케냐의 나이로비와 남미의 리마까지 전파됐다. 2차는 12월에 누그러 들었으나 1차에 비해 살상력이 훨씬 더 커 미국에서만 29만 명이 사망했고, 네덜란드 같은 곳도 4만명이 사망했다. 특히 19183/4분기의 짧은 기간 동안만 전세계적으로 2천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3차는 19191월에 다시 시작됐으며, 이번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되어 1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또한 인구와 물자의 이동에 따라 다시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이 시작됐으며, 스페인, 세르비아, 멕시코, 영국에 다시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수만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3차는 1차보다는 치명성이 높지만 2차보다는 낮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마지막 4차는 1920년 경에 시작됐지만 치명성은 크게 약화했다. 물론 폴란드 같은 곳은 이전보다 크게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계절성 질병화 하면서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확산세나 치명성이 크게 낮아졌다가 결국 19203월을 끝으로 더 이상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스페인 독감의 기원은 앞서 말했듯 전쟁으로 인한 언론 통제 등으로 확인이 어렵지만, 통상 미국 기원설, 유럽 기원설, 중국 기원설 세 가지가 존재한다(그리고 스페인은 누가봐도 피해자였을 뿐이다). 이 스페인 독감은 사실상 소멸한 것으로 판단되기는 하나, 여전히 H1N1 인플루엔자는 변이를 거듭하면서 간간히 등장해 인류를 위협한다. 가장 최근의 발생 사례는 2009년 돼지독감(swine flu, 학명은 H1N1/09), 그리고 1977년 러시아 독감의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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