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 원수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원수 모(帽).
맥아더는 미 육군 원수(General of the Army, GA)이자 필리핀 육군 원수(Field Marshal) 계급을 갖고 있었으며, 이미 1930년대에 육군참모총장을 한 차례 지낸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2차 세계대전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던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필리핀 작전 중의 공로로 명예대훈장을 받았으며, 마찬가지로 미-서 전쟁 중 명예대훈장을 받은 부친(아더 맥아더[Arthur MacArthur, Jr., 1845~1912] 중장)과 함께 "2대가 명예대훈장을 받은" 단 두 사례 중 하나이다. 그는 미 육군에서 오성계급에 도달한 다섯 명 중 하나이며, 현재까지 필리핀 육군이 원수 계급을 부여했던 유일한 인물이다.
이 군모는 미 정부 문양이 박혀있으나, 실제로는 필리핀 육군에서 원수모로 증정한 모자이다. 필리핀 연방 대통령이던 마누엘 퀘존(Manuel L. Quezon, 1878~1944)은 1936년 8월 24일, 대통령 궁인 말라카냔 궁에서 맥아더 장군에게 필리핀 원수 계급을 수여했다. 이 수여식 행사에서 퀘존 대통령은 맥아더에게 황금 지휘봉 하나와 독특한 군복 하나를 수여했다.
그는 필리핀 육군에서 원수 계급을 받았으나, 군복 어디에도 필리핀 군 계급장이나 원수 계급을 표시하는 표식을 달지 않았다. 대신 단 하나 필리핀 군을 상징하는 "아이템"을 착용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모자이다.
사실 원래 모자의 원형은 미 육군 장성용 모자인데, 그는 모자 챙에 금으로 자수를 놓았고 모자 전면에 미 정부 문양을 박았다. 사실 필리핀 군도 원수 계급을 따로 부여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맥아더는 이 모자를 착용하면서 모자에 "필리핀 원수 모(Philippine Field Marshal's Cap)"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 모자를 2차 세계대전 기간 뿐 아니라 6.25 전쟁 내내 착용했다.
모자를 재단하여 쓴 것 자체는 사실 미 육군 복제 규정에 어긋났으며, 그렇다고 맥아더가 이 모자를 정식으로 유니폼에 채택해 넣은 적도 없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 이런 사례는 흔한데, 예를 들면 야상을 짧게 재단하여 착용했던 아이젠하워(D. Dwight Eisenhower, 1890~1969) 원수의 "아이젠하워 재킷"이나 승마 바지와 광 나는 철모를 착용한 패튼(George S. Patton, 1885~1945) 장군이 대표적이다.
맥아더는 독특한 애장품들을 이용하여 "시그니처" 이미지를 만든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원수모 외에도 옥수수 파이프 담뱃대를 항상 물고 다녔고(훗날 윌리엄 할시[William F. Halsey, Jr., 1882~1959] 제독에 따르면, "항상 물고 다녔지만 실제 불을 붙이거나 피우는 건 본 적이 없다"), 멋들어지게 쓴 레이밴 선글라스를 애용했다. 반면 군복은 단순한 근무복으로 깔끔하게 입고 계급장 외에는 아무 것도 붙이지 않는 것을 선호했다.
현재 이 군모는 버지니아 주 노퍽(Norfolk, VA)에 위치한 맥아더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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