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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8] 베를린 대공방어를 위해 축조한 동물원의 요새

라마막 2023. 7. 3. 17:58

독일 동물원에 설치된 '동물원 대공포' 탑.

이 '동물원 탑'은 강화 대공포 진지 탑으로, 현재 베를린 동물원(티어가르텐/Tiergarten) 인근에 설치되어 그 이름이 붙었다. 대공포 탑은 1940년 8월, 영국 왕립공군이 베를린에 첫 폭격을 실시하자 축조가 결정되었으며, 이렇게 설치된 총 8개의 대공포 탑 중에서 사진에 나온 '동물원 탑'이 가장 유명하다. 이 탑은 8개 중 가장 먼저 설치됐으며, 베를린의 정부 기관 시설을 방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차 세계대전 중 '동물원 탑'을 포함한 대공포 탑은 독일공군('루프트파페')과 함께 영국 왕립공군 및 연합군의 항공기 공격으로 야기될 독일 본토의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동물원 탑은 1세대 대공포 탑으로, 2개의 구조물을 겹쳐서 지은 형태로 축조됐다. 우선 "G" 빌딩이 대공포를 설치한 건물 본체 역할을 하며, 그 위에 설치한 "L" 건물에는 레이더를 포함한 탐지장비가 설치됐다. 이 구조물은 지하로 매설한 통신선으로 연결되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6층 구조로 지어져 대략적인 높이는 현대의 13층 건물과 비슷하다. 이 시설 안에는 간이 병원 시설도 들어가 있었다.

동물원 탑은 난공불락으로 믿어졌다. 이 시설 안에는 물자와 탄약이 넉넉하게 적재되어 있었으며,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베를린 시내까지 적이 들이 닥치더라도 이 동물원 탑 안에 있다면 필요 시 1년 이상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G 건물 안에는 350명의 대공포 운용병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들은 히틀러 소년단의 지원을 받았다. 1943년부터 이 시설의 지붕 위에는 쌍발식 12.8cm 구경의 40 대공포(FlaK 40) 네 정이 설치됐다. 건물의 하부에는 작은 대공포가 여럿 설치됐다.

베를린 전투가 진행됐을 때에도 이 탑에 대한 공격은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으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정부 건물을 방호하기 위한 대전차 방어 시설로 활용됐다. 훗날 증언에 따르면, "소련군은 동물원 탑에 설치된 12.8cm 포로 쏴대는 대전차 무기가 2km 밖까지 날아왔기 때문에 독일 국회의사당(Reichstag) 앞의 개활지를 가로질러 이동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이 동물원 탑 안으로는 오갈 곳 없어진 베를린 시민들이 몰려들어 사람이 발디딜 틈이 없게 됐다.

결국 소련군은 이 동물원 탑을 포위한 뒤 안에 있는 병력에게 항복을 종용했다. 독일군은 항복 의사를 밝혔으나, 그렇게 소련군이 경계를 풀자 죄다 탈출해버렸다.

이 탑은 종전 후 폭약으로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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