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6월 30일, 마리아나 해구의 한 작은 섬인 아나타한 섬에서 약 30명의 일본군 병사와 수병들이 미 해군에 항복했다.
종전 후에도 항복을 거부하고 이 섬에서 6년 넘게 버티던 이들은 인원 수가 많은데다 섬에서 어느 정도 자급자족이 가능해 버틸 수 있었지만, 섬에서 코코넛 술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고 단 한 명 밖에 없는 여성을 두고 내부 투쟁이 벌어지면서 계급체계 자체가 흐릿해진 상태였다.
: 하도 충격적인(!) 사건이라 불과 2년 뒤인 1953년에 <아나타한>이라는 영화로 제작됐다. 이들은 세 척의 좌초한 일본군 함정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며, 원래 1945년 종전 당시 미군이 마리아나 제도에 도착하면서 생존자들 및 섬 원주민들을 섬 밖으로 한 차례 이송했다. 하지만 이 서른 명은 일본이 패망했다는 사실이 거짓 프로파간다라 믿고 미군에게서 도망쳐 섬 안으로 들어갔고, 이 곳에서 처절한 6년간의 삶이 시작됐다.
이들은 미군 항공기 안에서 줏은 권총 한 자루로 '권력'을 형성했다가 그럭저럭 공존 방식을 찾아갔다. 문제는 이 섬에 여성이라고는 한 명 뿐이라는 점인데, 이 여성인 히가 카즈코(比嘉和子)는 네 명의 남성과 살면서 섬 생활을 버텼으나 곧 규칙과 질서가 붕괴되며 다들 권총 한 자루를 뺏기 위한 투쟁이 이어졌고, 권총을 가진 자가 카즈코를 갖는다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분란으로 하나씩 죽어가며 열 한 명이 사망하자 결국 남은 이들은 섬 생활을 포기했으며, 미군이 다가오자 카즈코가 그 배 앞으로 뛰어들면서 항복해 아나타한 섬 사건은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 53년에 영화가 제작됐으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형태로 이들의 이야기가 묘사되자 생존자 중 한 명인 무라야마 미치로가 1954년에 책을 내 섬의 실상에 대해 반박했다. 이 이야기는 1998년 소설가 오노 가오루(大野 芳)가 <바다 위의 철창>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판했으며, 2008년에는 소설가 키리노 나쓰오(桐野 夏生)가 단편작인 <도쿄 섬>을 썼다가 영화화됐다.
이 섬은 이들 퇴거 후에도 원주민이 계속 거주했으나, 이후 화산폭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은 원주민도 모두 이주해 현재 무인도가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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