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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 단 두 척만 건조된 '알래스카'급 대형순양함

라마막 2022. 12. 15. 12:02

 

CB-1 알래스카(Alaska) 함.


1944년, 함정 상공에서 촬영된 미 해군 대형순양함 알래스카(USS Alaska, CB-1)함의 모습. 미 해군의 피아 함정 식별 교육용 슬라이드에 들어있던 사진이다. 통상 피아식별용 슬라이드는 명확하고 여러 각도에서 식별할 수 있도록 모델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경우는 특이하게 실제 사진으로 찍어 교재로 쓴 것이 특이하다. 일부 교재는 함정 실루엣 위주로만 교육하기도 한다.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알래스카함의 전 선체가 다 나온 사진은 희귀한 사진에 속한다. 특히 알래스카는 운용기간 중 선체 모양이 예쁘고, 선체가 큰데다 논란이 많은 유명 함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이하다. 이 사진은 그랜드 밸리 주립대학교(Grand Valley State University) 사진 콜렉션 속에 들어있던 것이 전후 한참 뒤에 발견된 것이다.

알래스카 급 대형 순양함은 단 두 척이 건조되었으며, 알래스카 외에 괌(USS Guam, CB-2) 함이 존재한다. 두 척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함정 갑판의 위장 도색무늬 밖에 없다. 알래스카급은 순양함 형태의 대공무장이 장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선체 전면 중앙부에 달린 5"/38 구경 쌍열포가 2번 터렛과 선루 탑 사이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뱃머리에도 40mm 4열포가 보인다.

대형순양함의 용도는 상업 및 보급로를 방호하는 것이 우선이며, 함대에 속해있을 때는 항모 보호를 최우선 임무로 삼아 중 순양함을 임무에서 해방시켜 적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으로 고려 되었으나, 이 역할 자체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관료주의의 결정장애와 '미사일 함(Missile Ship)' 건조 문제를 둘러싼 문제 사이에 껴 표류하기도 했다.

<워십 인터내셔널(Warship International)>지는 미 해군이 일부 함정을 유도미사일 전함(BBG: Guided-Missile Battleship)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알래스카급도 후보로 고려되었지만 최종 선정되지는 못했는데, 당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면서 전함이 대형순양함에 비해 훨씬 효용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으므로 수병 한 명에게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할 때 전함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결론을 내렸었다고 한다.

알래스카급 함정은 덩치가 컸고, 설계가 복잡했으므로 이를 뜯어고쳐 미사일함으로 개량하는 것은 경순양함(CL)이나 중순양함(CA)를 개량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크게 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순양함을 미사일함의 기반으로 삼는다면 '미사일 최대 적재량' 면에서 타 함정보다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개조 속도도 논란이 되었다. 개조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경순양함이었고, 개조가 쉽고 비용이 낮은 것은 중 순양함이었다. 결국 대형순양함은 어떤 카테고리에서도 경순양함과 중순양함을 앞서지 못했으므로 이 계획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알래스카 함은 미래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제대로 쓰이지 못한 비운의 함으로 남았다.

: 1941년 12월 17일부터 건조에 들어가 1944년 6월 17일에 진수해 실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제한적으로 밖에 쓰이지 못했다. 사실상 거의 마지막 전투인 이오지마(硫黄島) 전투와 오키나와(沖縄) 전투 정도에만 투입됐으며, 이 전투에서 일본군 항공기 몇 대와 유인 미사일인 오카(櫻花)를 격추한 것이 전과의 전부였다.

2차대전 종전 후에는 조선으로 와 일본군 무장해제를 실시할 미 해병 제 6사단을 실어 날랐으며, 얼마 후 "매직 카페트(Magic Carpet)" 작전에 따라 본토로 귀환하는 귀국 장병들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다. 본문에서 언급됐듯 워낙 대형(3만4천 톤 급) 함정이다 보니 어떻게든 다른 용도로 개조해 운용해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이미 2차 세계대전 이후 해전 구도와 맞지 않는 함정이었으므로 1947년 2월에 퇴역처리가 되어 예비함으로 전환됐다.

이후에도 알래스카급을 다시 활용해보기 위해 1958년에 한 차례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으며, 이 때 미사일함 전환 논의가 있었으나 $1억 6천만 달러가 소요된다는 계산 결과에 따라 계획은 무산됐다. 결국 미 해군은 1960년 6월 1일자로 미 해군 함정 목록에서 알래스카급 두 척을 삭제했으며, 곧장 뉴욕의 루리아(Luria) 브라더스 조선소의 자회사인 립셋(Lipsett)에 판매한 후 폐선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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