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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군의 팔방미인 비행정 - 가와니시 H8K 2식 대형비행정

라마막 2022. 12. 2. 16:11

가와니시 중공업의 H8K 2식(式) 대형 비행정.

네기시(根岸) 활주로에서 이륙 시도 중인 가와니시(川西) H8K 2식 비행정(二式飛行艇), 연합국 코드네임 "에밀리(Emily)"의 모습.

2식 비행정은 "2식 대형비행정" 혹은 "2식 대정(二式大艇: 니시키 다이테이)"이라 불렸으며,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해군이 해상 초계용으로 활용한 수상항공기였다.

2식 비행정은 거대한 동체에 4기의 엔진을 장착했으며, 장거리 비행과 장기 체공을 통한 초계 혹은 폭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대양 지역에서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시제기는 1941년 1월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첫 실전 형상인 H8K1은 1942년 3월에 첫 전투 임무를 소화했다. 동체를 강화한 H82K는 방어용 무장이 장착되어 태평양 전역에서 연합군을 괴롭혔다. 항공기 역사 전문가인 르네 프랜실런(Rene Francillon)은 2식 비행정이 "2차 세계대전 중에 개발된 가장 뛰어난 수상기 기반의 전투기였다."고 평가한다.

2식 비행정은 1941년부터 양산에 들어갔으며, 1942년 3월 4일 야간에 벌어진 2차 진주만 공습 때부터 투입됐다. 당시 표적이 2식 수상기 항속거리 안에 있었으므로 일본 군부는 2식 비행정을 하와이 북서쪽 900km 지점에 위치한 프랑스령 프리깃 환초지대(French Frigate Shoals) 인근 수상에 착수시킨 후 잠수함으로 연료 급유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은 요코하마(横浜) 해군항공대 조병창에서 2대의 2식 비행정을 출발시켰으며, 이들은 다시 하와이의 진주만을 폭격할 예정이었으나 목적지 인근까지 도달했을 때 날씨가 좋지 않아 시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으므로 미 태평양함대에게 뚜렷한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돌아왔다.

진주만 2차 공습으로부터 6일 뒤, 2식 비행정 한 대가 미드웨이(Midway) 환초지대 정찰 임무를 띄고 사진 정찰을 실시했다. 하지만 해당 기체는 미 제 221 해병 전투비행대대(VMF-221) 소속 브루스터(Brewster) F2A 버팔로(Buffalo) 전투기에 요격당해 격추됐다. 당시 2식 비행정에 탑승한 승무원은 전원 전사했으며, 그 중에는 2차 진주만 공습을 이끌었던 조종사인 하시즈메 히사오(橋爪久雄, 1917~1943) 중위도 전사했다.

H8K2 형상은 태평양전쟁 내내 일본이 광범위한 해상 정찰을 실시할 때 주로 투입했으며, 정찰, 폭격, 수송, 초계 임무를 모두 소화한 다목적 플랫폼으로 운용됐다. 2식 비행정은 167대가 제작됐으며, 종전 때까지 4대의 기체가 살아남아 미군이 전부 인수했다. 미군은 이들 기체에 대해 면밀한 시험평가를 실시한 후 1979년 일본에 모두 반환했으며, 이후 반환된 기체는 도쿄 선박과학관(船の科学館)에 2004년까지 전시되다가 가고시마(鹿児島)현 가노야(鹿屋) 비행장 내의 가노야 항공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그 외에 격추된 기체 한 대가 사이판 섬 서쪽 해안에 가라앉아 있어 인기 스쿠버 다이빙 명소로 각광받고 있으며, 또 다른 기체 한 대가 미크로네시아 제도의 추우크(Chuuk) 라군 해저에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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