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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 12. 15] 美, 오성(五星) 계급 신설...최초의 '원수' 등장

라마막 2022. 12. 15. 12:14
2차대전 개전 후 처음으로 원수로 진급한 윌리엄 레이히 미 총사령관 참모장. 이 직위는 1950년대에 '합동참모본부 의장(Chief of Joint Chiefs of Staff)으로 바뀐다.

1944년 12월 15일,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팽창하는 미군의 지휘권에 발맞추기 위해 오성 장관급 계급인 원수가 신설됐다. 최초로 원수 계급을 수여받은 인물은 윌리엄 레이히(William D. Leahy, 1875~1959) 제독이며 뒤를 이어 총 6명이 추후 한 주 간격으로 진급하여 원수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미군이 원수를 신설하게 된 이유는 연합군 부사령관으로 지명된 버나드 몽고메리(Bernard L. Montgomery, 1887-1976) 장군과 연합군 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1890~1969) 장군 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미국인에게 사령관직을 내준 것이 못마땅하던 몽고메리는 지속적으로 아이젠하워를 도발했지만, 아이젠하워는 연합군 내 갈등을 피하려고 최대한 그의 무리한 주장을 수용해주었다. 하지만 드디어 도를 넘는 수준까지 이르자 처칠과 루즈벨트에게 편지를 써 "이대로는 지휘가 불가하니 저 자를 자르던지 나를 잘라라"고 통보했고, 당연히 연합군의 갈등 봉합이 우선이었던 양국 지도자는 아이젠하워의 손을 들었다.

미군에 '원수' 계급이 등장한 계기(?)가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원수. 전후 1950년대에 그는 대통령까지 지냈다. 

결국 처칠은 갈등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몽고메리를 연합군부사령관에서 제 21집단군 사령관으로 발령냈으나, 이 조치가 또 몽고메리의 자존심을 뭉개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를 원수(Field Marshal)로 진급시켰다. 문제는 집단군사령관이 원수인데 상급자인 연합군사령관이 대장이면 지휘관계가 이상해졌으므로 불가피하게 미군도 연합군사령관의 원수 진급이 필요해 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젠하워만 진급시킬 경우 다시 미군 내에서 계급 충돌이 일어났다. 그의 상급자인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이 대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 의회는 대대적인 원수 진급 조치를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지휘관계 및 연공서열 순서대로 합참의장-육군총장-해군총장-야전사령관의 원수 진급을 단행했다.

처음 원수를 단 레이히 제독은 美 총사령관 참모장(Chief of Staff to the Commander-in-Chief, 1950년대에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개칭)이었으며, 이때 이미 정년 퇴직일자를 넘겨 루즈벨트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으나 루즈벨트는 "그래서 어쩌란거요, 영감님?"이라는 답을 받고 유임됐던 인물이다.

이 기간 중 진급한 인물들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육군은 General of the Army, 해군은 Fleet Admiral, 공군은 General of the Air Force임. 해병대는 인사법 자체에 원수 계급이 없다)

● 윌리엄 레이히 해군 원수 (총사령관 참모장, 1944. 12. 15)
● 조지 마셜 육군 원수 (육군참모총장, 1944. 12. 16)
● 어니스트 킹 해군 원수 (해군참모총장, 1944. 12. 17)
● 더글러스 맥아더 육군 원수 (연합군 남서태평양 방면 사령관, 1944. 12. 18)
● 체스터 니미츠 해군 원수 (연합군 태평양사령관, 1944. 12. 19)
●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육군 원수 (연합군 유럽 최고사령관, 1944. 12. 20)
● 헨리 아놀드 육군 원수 (육군항공대 사령관, 1944. 12. 21 / 미 공군 창설 후 1949. 5. 7일에 공군 원수 계급 재 수여)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공훈에 따라 한 명의 해군 대장을 원수로 승진시키는 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는데, 미 3함대 사령관 윌리엄 할시(William F. Halsey, Jr., 1882~1959) 제독과 '미드웨이의 영웅' 레이먼드 스프루언스(Raymond A. Spruance, 1886~1969) 제독 두 사람이 고려되다가 결국 연공서열을 고려해 윌리엄 할시 제독이 원수로 진급했다(1945. 12. 11). 이외에는 한국전쟁 중 원수로 진급한 오마 브래들리(Omar N. Bradley, 1893~1981) 합참의장(1950. 9. 20)이 있다.

미 육군에서 첫 원수를 달았던 조지 마셜 원수. 루즈벨트 대통령이 특히 아꼈던 인격자로, 훗날 국방장관과 국무장관까지 올랐다.


이들이 원수 계급을 받기 전, 육성 계급인 '대원수(General of the Armies / Admiral of the Navy)' 계급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미-서 전쟁 중 미 해군을 지휘했던 조지 듀이(George Dewey, 1837~1917) 대원수와 1차 세계대전 중 미 해외원정군(AEF: American Expeditionary Force) 사령관을 지낸 존 제이 퍼싱(John J. Pershing, 1860~1948) 장군이 전후 의회를 통해 대원수 계급을 달았으며,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 대통령 또한 사후 추서 형태로 대원수(1976, 7. 4) 계급이 추증됐으며 입법을 통해 앞으로 그 누구도 워싱턴보다 상위 계급자가 될 수 없도록 못박았다.

 

전쟁 중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지낸 후 훗날 해군참모총장까지 오른 체스터 니미츠 원수.

 

어네스트 킹 원수. 2차세계대전 당시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 이미 소장 시절 한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필리핀 군정총독을 지내고 있었으나 개전 후 미 남서태평양사령관에 보직됐다. 잘 알다시피 6.25 전쟁 중 UN군 사령관을 역임하기도 한 인물.
헨리 아놀드 원수.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2개 군에서 원수 계급을 단 인물이다. 최초 미 육군에서 육군항공대 사령관으로 원수를 달았으며, 이후 2차세계대전 종전 후 미 육군항공대가 미 공군으로 독립하자 다시 전군하여 공군 원수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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