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12월 15일,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팽창하는 미군의 지휘권에 발맞추기 위해 오성 장관급 계급인 원수가 신설됐다. 최초로 원수 계급을 수여받은 인물은 윌리엄 레이히(William D. Leahy, 1875~1959) 제독이며 뒤를 이어 총 6명이 추후 한 주 간격으로 진급하여 원수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미군이 원수를 신설하게 된 이유는 연합군 부사령관으로 지명된 버나드 몽고메리(Bernard L. Montgomery, 1887-1976) 장군과 연합군 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1890~1969) 장군 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미국인에게 사령관직을 내준 것이 못마땅하던 몽고메리는 지속적으로 아이젠하워를 도발했지만, 아이젠하워는 연합군 내 갈등을 피하려고 최대한 그의 무리한 주장을 수용해주었다. 하지만 드디어 도를 넘는 수준까지 이르자 처칠과 루즈벨트에게 편지를 써 "이대로는 지휘가 불가하니 저 자를 자르던지 나를 잘라라"고 통보했고, 당연히 연합군의 갈등 봉합이 우선이었던 양국 지도자는 아이젠하워의 손을 들었다.
결국 처칠은 갈등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몽고메리를 연합군부사령관에서 제 21집단군 사령관으로 발령냈으나, 이 조치가 또 몽고메리의 자존심을 뭉개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를 원수(Field Marshal)로 진급시켰다. 문제는 집단군사령관이 원수인데 상급자인 연합군사령관이 대장이면 지휘관계가 이상해졌으므로 불가피하게 미군도 연합군사령관의 원수 진급이 필요해 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젠하워만 진급시킬 경우 다시 미군 내에서 계급 충돌이 일어났다. 그의 상급자인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이 대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 의회는 대대적인 원수 진급 조치를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지휘관계 및 연공서열 순서대로 합참의장-육군총장-해군총장-야전사령관의 원수 진급을 단행했다.
처음 원수를 단 레이히 제독은 美 총사령관 참모장(Chief of Staff to the Commander-in-Chief, 1950년대에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개칭)이었으며, 이때 이미 정년 퇴직일자를 넘겨 루즈벨트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으나 루즈벨트는 "그래서 어쩌란거요, 영감님?"이라는 답을 받고 유임됐던 인물이다.
이 기간 중 진급한 인물들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육군은 General of the Army, 해군은 Fleet Admiral, 공군은 General of the Air Force임. 해병대는 인사법 자체에 원수 계급이 없다)
● 윌리엄 레이히 해군 원수 (총사령관 참모장, 1944. 12. 15)
● 조지 마셜 육군 원수 (육군참모총장, 1944. 12. 16)
● 어니스트 킹 해군 원수 (해군참모총장, 1944. 12. 17)
● 더글러스 맥아더 육군 원수 (연합군 남서태평양 방면 사령관, 1944. 12. 18)
● 체스터 니미츠 해군 원수 (연합군 태평양사령관, 1944. 12. 19)
●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육군 원수 (연합군 유럽 최고사령관, 1944. 12. 20)
● 헨리 아놀드 육군 원수 (육군항공대 사령관, 1944. 12. 21 / 미 공군 창설 후 1949. 5. 7일에 공군 원수 계급 재 수여)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공훈에 따라 한 명의 해군 대장을 원수로 승진시키는 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는데, 미 3함대 사령관 윌리엄 할시(William F. Halsey, Jr., 1882~1959) 제독과 '미드웨이의 영웅' 레이먼드 스프루언스(Raymond A. Spruance, 1886~1969) 제독 두 사람이 고려되다가 결국 연공서열을 고려해 윌리엄 할시 제독이 원수로 진급했다(1945. 12. 11). 이외에는 한국전쟁 중 원수로 진급한 오마 브래들리(Omar N. Bradley, 1893~1981) 합참의장(1950. 9. 20)이 있다.
이들이 원수 계급을 받기 전, 육성 계급인 '대원수(General of the Armies / Admiral of the Navy)' 계급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미-서 전쟁 중 미 해군을 지휘했던 조지 듀이(George Dewey, 1837~1917) 대원수와 1차 세계대전 중 미 해외원정군(AEF: American Expeditionary Force) 사령관을 지낸 존 제이 퍼싱(John J. Pershing, 1860~1948) 장군이 전후 의회를 통해 대원수 계급을 달았으며,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 대통령 또한 사후 추서 형태로 대원수(1976, 7. 4) 계급이 추증됐으며 입법을 통해 앞으로 그 누구도 워싱턴보다 상위 계급자가 될 수 없도록 못박았다.
반응형
'전쟁사 > 2차세계대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42. 8. 2] 日 I-30 잠수함, 아프리카를 거쳐 프랑스 로리앙 도착 (0) | 2022.12.17 |
---|---|
[1940. 7. 18] 일본의 쉰들러, 스기하라 지우네의 '생명의 비자' (0) | 2022.12.16 |
[잡학상식사전] '환타(Fanta)'의 탄생 이야기 (0) | 2022.12.10 |
[1941. 12. 8] 일본, 필리핀 침공 개시 (2) | 2022.12.10 |
[1943. 10. 14] 스위스에 비상착륙한 미군 B-17의 '검은 목요일' (0) | 2022.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