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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10. 24] 미 하원에서 영화계 공산주의 침투에 대해 증언 중인 월트 디즈니 회장

라마막 2023. 10. 25. 21:09

<오늘의 역사> 1947. 10. 24

1947년 10월 24일, 미국의 애니메이션 사업가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01~1966)가 미 하원 반 미국인활동 위원회(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에 소환되어 증언을 실시했다. 통칭 '적화 공포(Red Scare)' 시기에 실시된 이 청문회에는 미국의 남녀 배우와 미 정부 관료 등 유명인사나 고위직 중 공산주의 동조자로 의심받는 이들이 대거 소환됐다.

하원 반 미국인활동 위원회가 소환했던 이들 중에는 미 국무부관리로 UN 창설에도 실무자로 관여한 알저 히스(Alger Hiss, 1904~1996), 여배우 루실 볼(Lucille Ball, 1911~1989), 배우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 1899~1957) 등이 있었다. 일부 인사는 할리우드 영화계에 공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증인으로 위원회에 출석했으며, 증인대에 섰던 이 중에는 월트 디즈니와 배우 로널드 레이건(1911~2004) 등이 있었다.

10월 24일 청문회에 출석한 월트 디즈니는 예전 직원 중 공산주의에 동조하고 있거나 영화 산업계에 공산주의를 확산시키고 다니는 인사의 이름을 댔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이 중 알저 히스는 1930년대에 소련에 포섭되어 향간 노릇을 한 것이 밝혀지면서 3년 넘게 수감생활을 했고, 루실 볼은 공산주의자이던 가족의 영향 때문에 스스로 지역 유권자로 등록하면서 자신을 '공산당원'이라고 기재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그녀는 '혹시 공산당에서 나를 후보로 추대할까 하는 생각에 조부께서 나를 공산당원으로 등록하셨던 것 같다'라고 밝혔으며, 실제 공산당원으로 활동하거나 투표할 생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194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1882~1945)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실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혐의가 벗겨졌고, 1952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 Dwight Eisenhower, 1890~1969) 후보를 지지했다.

이 시기에 유명세를 탄 인물은 위스콘신 주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인 조셉 맥카시(Joseph McCarthy, 1908~1957) 였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이 미 정부와 언론, 대학 내에 침투한지 오래라고 주장하면서 다수의 인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그가 제기한 의혹 일부는 사실로 판명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그는 언론과 여론에 힘입어 마구잡이로 의혹을 제기했을 뿐 아니라 정적관계에 있는 이를 공산주의자로 몰아가 반발을 초래했다. 그는 이미 1940년대에도 동성애자들이 미 공직을 맡는 것에 문제를 제기해 로스코 힐렌코에터(Roscoe Hillenkoetter, 1897~1982, 예비역 해군 중장) CIA 국장을 청문회에 소환해 CIA 내 동성애자 직원 채용여부를 추궁했으나, 오히려 첩보기관의 성격 상 '다양한 사람들'을 보유해야 한다는 반박에 거꾸로 당해 마지못해 동의한 적이 있었다.

그는 미국이 '적화 공포' 분위기를 타자 미국 사회 지도층 전체에 공산주의자들이 숨어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여 인기스타로 떠올랐으나,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궁성으로 정부 관리들을 마구잡이로 소환해 청문회에서 공산주의자로 낙인을 찍자 트루먼(Harry S Truman, 1884~1972) 대통령은 그가 미 정부 핵심 인물들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있다면서 "저놈이야말로 크레믈린(소련 정부)이 가진 최고의 간첩이지"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특히 맥카시의 걷잡을 수 없는 의혹제기는 트루먼 행정부의 국방장관을 역임 중이던 2차대전 전쟁영웅 조지 마셜(George Marshall, 1880~1959) 원수까지 걸고 넘어지면서 비난 여론이 커졌고, 종국에는 미 육군 수뇌부까지 공산주의 세력으로 몰다가 완전한 역풍을 맞았다. 이 때문에 '맥카시즘(McCarthyism)' 이라는 용어는 당시 반공 방첩활동을 지칭하는 용어로 등장했으나, 오늘날에는 애국심을 방패삼아 정적을 공격하는 증거없는 무모한 비난을 의미한다.

미 하원 반 미국인활동 위원회는 미 제 94대 의회가 개회하면서 1975년 1월 14일자로 자동 해산했으며, 관련 기록과 조사 내용은 하원 사법위원회(the House Judiciary Committee)로 모두 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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