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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과학

[1963] 우주개발 사업의 시초가 된 비밀의 '유인궤도 실험실(MOL)' 사업

라마막 2023. 6. 13. 10:00

미국이 미 공군 주도로 우주에서 운용 중인 "유인 궤도 실험실" 사업.

미 공군은 미 국립정찰국(NRO) 및 중앙정보국(CIA)과 함께 합작사인 "MOL(Manned-Orbital Laboratory)"을 설립했으며, MOL은 인간의 우주 비행 가능성을 군사용도로 접목할 방안을 연구함과 동시에 우주에 상설 스테이션을 설치해 정보/감시/정찰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타당성을 연구하기로 했다.

MOL 사업은 제미니(Gemini) 우주선을 개조한 '제미니 B"를 사용했으며, 군 출신 우주 비행사 17명을 선발했다. 이들 중 일부는 훗날 NASA의 우주 왕복선 사업에 참가했다.

MOL 사업은 1963년부터 1969년까지 진행됐으나, 곧 예산 문제와 무인 정찰위성이 개발되면서 의미를 잃어 취소되고 말았다.

MOL 사업이 운용하고자 했던 것은 KH10 "도리언(DORIAN)" 광학 체계로, 이 시스템은 지구상 어디든 명확한 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는 고배율 카메라 장비였다.

MOL 사업이 출범한 후 1인승 우주선인 MOL-제미니 3A196611월에 발사됐다. 제미니 3A는 발사 후 개조한 제미니 B 우주선과 MOL 발사체인 "타이탄(Titan) IIIC"까지 모두 시험하고 귀환했다.

무인(無人) MOL 계획은 결국 실제로 이행되지 못했으나, 이 사업을 통해 수많은 우주 관련 기술이 개발됐다. 예를 들면 생명 유지 장치나 우주선 도킹 시스템, 우주 기반 정찰체계 등이 이 사업에서 처음 발주됐다. 이런 기술적 혁명은 훗날 미국이 처음으로 띄운 우주 스테이션인 '스카이랩(Skylab)'이 개발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

MOL 사업은 훗날 정찰위성 개발 등 우주기반 군사 사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뿐만 아니라 이 사업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어떤 식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관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틀이 잡혔다.

수십 년 뒤인 2015년이 되서야 NROMOL 사업과 관련된 기밀을 해제하면서 문서 수만 장과 사진들을 공개했고, 이를 통해 우주개발 사업에 있어 가장 매력적이던 이 시대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게 되었다.

: 재미있는 사실은 2005년 경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네버럴(Cape Canaveral) 공군기지에 오랫동안 잠겨있던 락커룸 하나가 개방되면서 1960년대에 진행한 MOL 관련 자료 일부가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보안 점검관은 이 방으로 들어갔다가 파란색 우주복(아래 사진)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는데, 이 우주복을 조사한 결과 우주 스파이(!) 훈련생 교육을 위해 제작했던 우주복으로 확인됐다. 이 우주복은 왕복선에 탑재하기 위한 콘테이너에 들어 있었으며, 옆에는 예비로 만든 다양한 크기의 장갑들이 따로 보관되어 있었다.

이 발견을 통해 말로만 돌던(?) MOL 사업이 처음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사업 자체가 냉전시대에 유인 정찰 스테이션을 우주에 띄우려는 목적임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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