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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 4. 10] 미 해군 원잠 스레셔 함, 잠항시험 중 사고로 침몰

라마막 2023. 4. 14. 13:41

1963년 4월 10일, 대서양 심해 잠수 시험을 하던 미 해군 원자력 잠수함 스레셔(USS Thresher, SSN-593)함이 129명을 승선 시킨 채 사고로 침몰했다.

아래 그림은 이 사고 소식이 유가족에게 알려지자 함장 존 하비(John W. Harvey) 중령의 어린 아들이 대서양 해저에 앉아 있는 스레셔 함의 그림을 크레용으로 그린 것이다.

: 스레셔는 1963년 4월 9일 메인(Maine) 주 키터리(Kittery) 항에서 오전 08:00에 출항했으며, 11:00시쯤 잠수함 구난구조함인 스카이락(USS Skylark, ASR-20)과 조우했다.

잠시 후 시험 잠수에 들어간 스레셔는 매사추세츠 주의 케이프 코드(Cape Cod) 동쪽 350km 지점에서 잠항에 들어갔으며, 1차로 얕은 바다까지만 들어갔다가 2차로 396m까지 내려갔다. 사실 이미 스레셔는 이 정도 심도까지 40회 이상 내려갔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스레셔는 잠항 후 밤새 수중에 있었으며, 오전 6:30분경 해저에서 스카이락 함과 통신을 연결하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스레셔는 30m씩 해저로 내려갈 때마다 스카이락에게 신호를 보냈다. 스레셔는 잠시 후 시험 심도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시험 심도 도달 후 스레셔가 정상 신호를 보내지 않았으며, 통신이 연결되자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부상각으로 바꿔 나가려고 한다. 밸러스트 탱크를 비우는 중이다"라고 메세지가 왔다. 하지만 잠시 후 더 긴급하게 "900"이라는 숫자만 도달했으며, 그 이후로는 스카이락과 통신이 완전히 두절됐다. 이에 스카이락에서 탐지를 실시하자 스레셔가 서서히 계속 가라앉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10일 정오가 되자 주변 해역에 있던 함정 15척이 이 곳에 도착했다. 오후 6:30분경 대서양 잠수함사령부(US Submarine Forces Atlantic) 사령관은 스레셔 승선인원 가족들에게 긴급상황임을 통보하도록 했고, 제일 먼저 함장인 하비 중령의 아내인 아이린 하비(Irene Harvey) 여사에게 잠수함의 실종 사실을 통보했다.

이튿날 조지 앤더슨(George W. Anderson, Jr.) 해군참모총장은 미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스레셔의 실종을 공식 발표했고, 더 이상 구조 가능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은 최종 보고를 받은 후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모든 정부 관공서에 승조원과 잠수함을 기리는 성조기를 조기(弔旗) 형태로 게양하도록 명령했다.

미 해군은 해군 연구실(NRL) 주도로 수색 작업을 시작했으며, 소형 음향 조사선인 락빌(Rockville)을 투입했다. 해군 연구실은 이후 특수 소나와 카메라 장비를 갖춘 앨리게니(Allegheny), 미션 카피스트라노(Mission Capistrano), 프리베일(Prevail) 선 등을 투입해 10해리(약 19km) 면적의 해역을 탐색했다.

수색을 진행하던 중 후발로 해역에 도착한 제임스 질리스(USS James M. Gilliss, T-AGOR-4)함이 수색과정에서 소나로 스레셔의 일부를 발견했으며, 잠수함의 선체 조각을 발견해 인양해 올렸다. 이 조각은 스레셔 함의 일부로 판명됐다. 이후 잠수부들이 투입되어 인근 지역에서 파괴된 잠수함 선체 조각들을 찾았으나, 질리스 함의 인양 장비가 나머지 스레셔 조각을 수색해서 꺼내기에는 위험이 높다고 하여 추가 수색작업은 중단됐다.

이후 6월 25일에 수색이 재개되면서 스레셔의 파괴된 잔해가 해저 2,600m 지점에서 발견됐으며, 대부분의 잔해는 134,000 제곱미터 지역에 흩뿌려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해군은 소나 돔이나 선체 일부 등을 인양했으며, 7월 22일까지 대부분의 흩어진 잔해를 사진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훗날 조사에 따르면, 당시 스레셔는 염수 파이프 시스템을 납땜하지 않고 경납땜을 한 것이 문제였을 것으로 보았다. 동일한 문제로 야기된 사고가 앞서 두 세 번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 해군 측은 스레셔의 파이프 문제로 밸러스트 탱크의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고, 이것이 강제로 잠수함을 시험 심도 아래까지 끌고 내려갔다가 추위 때문에 밸브가 얼어 더 이상 잠항과 부상 조종이 안되다가 너무 바다 아래로 내려가 압궤(壓櫃)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 한편 미 해군은 2021년 7월 9일에 당시 수색작업에 대해 기밀로 묶었던 내용을 해제했다. 당시 수색에 참가한 시울프(USS Seawolf, SSN-575) 함은 음향 신호 23.5kHz와 3.5kHz에서 특정 소리를 탐지했으며, 뭔가가 금속성 물체를 때리고 있는 소리로 파악했다. 하지만 수색을 위해 구성한 89.7 특임함대 측은 수색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특정 주파수 대에만 고정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문제의 음향신호는 사라져버렸다. 문제의 '금속을 때리는' 음향은 함께 수색 중이던 씨오울(USS Sea Owl, SS-405) 함도 포착했으나 같은 명령을 듣고 추가 수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최종 조사 보고서에는 이 부분이 들어가면서 "SSN-575(시울프) 함이 포착했던 전자 방출음과 해저 음향은 인간이 내는 소리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록했으며, 이 내용은 기밀로 분류되어 2021년까지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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