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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4. 20]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 발생

라마막 2023. 4. 22. 12:23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Columbine) 시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학살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학교에서 발생한 첫 대규모 총기사건이었으며,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Blacksburg)의 버지니아 테크(Virginia Tech)에서 재미교포 학생에게 32명이 살해당한 일명 '버지니아 테크' 총기사건 이전까지 최악의 사건으로 꼽혔다.

콜럼바인 사건은 12학년(한국의 고3)으로 재학 중이던 에릭 해리스(Eric Harris, 1981~1999)와 딜런 클레보드(Dylan Klebord,1981~1999)가 무장을 한 상태로 학교 식당에 들어와 총기로 학우 및 교사들을 살해했으며, 이날 총 12명이 사망했다.

에릭은 하이포인트 995(Hi-point 995) 카빈 산탄총, 새비지-스프링필드(Savage-Springfield) 67H 펌프액션식 산탄총으로 무장했고, 딜런은 인트라텍(Intratec)의 TEC-9 반자동 총 두 정과 스티븐스(Stevens) 더블배럴 산탄총을 들고 학교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이날 범행을 저지르면서 188발 이상을 난사해댔다.

사건 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프로판 가스통을 폭탄으로 만들어 하루 전날 학교 식당에 설치해 사건 당일 날 학생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인 11:15분쯤 터트리고자 했으며, 주차장에 세운 차에도 하나를 설치에 이후 대치상황 중 경찰과 구급대원들까지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 두 폭탄은 모두 터지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의 당초 계획은 폭발 후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도망쳐 나오면 밖에서 사살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폭탄이 터지지 않자 둘은 총기를 둘러메고 서쪽 계단을 통해 학교로 들어갔다.

이들이 폭탄을 설치했던 카페테리아의 범행 직전 모습. 천만다행으로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둘은 서쪽 계단으로 학교에 진입하면서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앉아있던 17세의 레이첼 스콧(Rachel Scott)양과 리처드 카스탈도(Richard Castaldo)군에게 발포했다. 레이첼은 이들에게 4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으나, 카스탈도는 복부와 등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지자 두 범행자는 그가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지나갔다. 이후 그는 목 아래로 전신마비가 됐으나 목숨은 건졌다.

에릭과 딜런은 다시 학교 교사 안으로 들어가 난사해댔으며, 복도에서 마주친 학생 일부를 살해했다. 이 때까지도 멀리서 소리를 들은 학생들은 이것이 졸업 예정 학생들의 장난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교실 내에 있던 교사인 데이비드 샌더스(William David Sanders)는 이것이 실제 총성임을 알아채고 학생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둘은 도서관 안을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대로 총격을 해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클레볼드만 처음으로 식당에 들어갔다 나왔으나 아직 대피 못한 몇 명을 보고도 쏘지 않았다. 훗날 비디오 분석으로는 사전에 설치한 폭탄이 왜 터지지 않았는지 잠시 보러 들어갔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 사이에 딜런은 도서관으로 들어가 테이블 밑으로 대피한 학생들을 처형하고 다녔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아홉 명의 학생이 사망했다. 그 와중에 딜런은 발린 슈너(Valeen Schnurr)라는 여학생에게 "신을 믿니?"라고 물었고, 그녀가 "믿는다"라고 답하자 그녀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천만다행으로 그녀는 치명상을 입지 않아 죽지 않고 사건 후 구조됐다.

CCTV에 잡힌 두 범행자.

둘은 다시 한층 위에서 합류한 후 바깥 야외 축구장으로 나간 뒤 가방에서 급조해서 만든 파이프 폭탄을 사방으로 던져댔다. 이들은 반대편 입구를 통해 학교로 들어섰는데, 이때까지도 두 사람이 비디오로 영화 같은 걸 제작하고 있다고 생각한 미술교사인 패티 니얼슨(Patti Nielson)은 문 밖의 두 명을 향해 "적당히 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에릭과 딜런은 잠긴 철문에 발포했고, 패티 니얼슨과 학생 하나가 부서진 문 파편에 다쳐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인근 경찰은 11:22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에릭과 딜런은 최초로 도착한 경관을 보고 55m 거리 밖을 향해 쐈고, 경관들은 차량이 피탄되자 대응에 들어갔다. 둘은 건물 밖으로 나와 차 뒤에 은폐한 경관에게 난사를 했으나 반응이 없자 다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다시 건물 내에서 난사와 폭탄 투척을 반복했으며, 교사 내에서 도망치고 있던 스테파니 먼슨(Stephanie Munsun) 양과 마주치자 그녀의 발목에다 쐈다. 다행히도 그녀는 억지로 걸어서 교사 밖으로 탈출했다.

이후 경찰 측 증원이 도착했다. 인근 고속도로 순찰대원까지 현장으로 와 대응하기 시작했으며, 여섯 명의 보안관도 투입돼 학교 운동장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 학생들을 구출했다. 이들이 가장 잔인하게 총기 난사를 해 댄 도서관 안에는 최초로 학생들을 대피시키던 교사인 데이브 샌더스와 두 명의 도서관 사서가 남아있는 학생들을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라고 한 후 숨어있었다. 이들은 총성이 멀어지자 도서관에서 빠져나왔으나, 복도 끝에서 다시 올라오는 에릭과 딜런을 보자 방향을 바꿔 반대편 복도로 달렸다. 둘은 이들을 보고 총을 쏴댔으나 맨 뒤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며 달리던 교사 샌더스의 등과 목에만 맞았을 뿐, 학생들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갔다. 샌더스는 총상을 입은 채로 학생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내다 도탄 하나가 이빨에 맞았지만, 부상에도 불구하고 같이 탈출하지 않고 돌아와 30명 가량의 학생들이 모여있는 과학 실험실로 향했다.

하지만 샌더스는 실험실에 들어갔을 때 과다출혈로 빈사상태가 됐다. 학생 중 애런 핸시(Aaron Hencey)가 응급구조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지혈을 실시하고 간단한 치료를 했으며, 샌더스의 지갑에서 가족사진을 꺼낸 후 그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이들은 실험실에 세 시간 넘게 있었지만 교실 내부에 유선전화가 있었으므로 경찰과 계속 연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데이브 샌더스는 안타깝게도 과다출혈로 결국 과학실 안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후 에릭과 딜런은 내부로 진입한 경찰과 총격에 들어갔다. 이들이 도서관과 식당을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 경관 한 명이 도서관 깨진 유리창 사이로 에릭을 명중시켰으며, 부상당한 상태에서 포위망이 좁혀오자 에릭과 딜런은 둘 다 자살을 선택했다. 에릭은 도서관 서가에 등을 댄 채 목 아래에서 머리로 총을 대고 쐈고, 딜런은 무릎을 꿇고 관자놀이에 총을 댄 후 방아쇠를 당겼다. 당시까지 도서관 안에 있던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하나, 둘, 셋"을 외친 뒤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총 12명이 사망(학생 10명, 교사 2명)했으며, 부상자는 21명에 달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작은 소도시인 콜럼바인은 사건 후유증에서 벗어나는데 한참의 세월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한동안 모방범죄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다. 2012년 12월에는 코네디컷(Connecticut) 주 뉴타운에서 유사한 학교 총기사건이 발생했고, 2018년 2월에는 플로리다(Florida) 주 파크랜드의 스톤맨더글러스(Stoneman Douglas) 고등학교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해 17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워싱턴포스트 지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1999년~2017년 기간 중 미국 내에서는 연 평균 11건의 학교 총기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8년부터는 교내 총기사건이 극단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해 2022년에는 한 해 동안 46건의 교내 총기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4월 초까지 74건이 신고됐는데, 아직 한 해가 절반 밖에 가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이 수치는 연말까지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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