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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9. 11]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순식간에 붕괴한 이유?

라마막 2022. 12. 19. 10:30
2001년 9월 11일 오전, 알카에다의 항공기 테러로 붕괴 중인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 사진은 당시 상공에 떠있던 뉴욕 시경 소속 경찰 헬기가 촬영했다.

뉴욕 세계 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건물의 둘레 틀을 이루는 관은 매우 중첩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911 테러 당시, 항공기가 건물에 직접 충돌하는 바람에 외부 기둥 몇 개가 붕괴된 상황에서도 프레임이 버티고 있었지만, 곧이어 항공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강철이 녹아내려 건물의 균형이 무너지고 말았다.

구조 건축가들은 이 건물의 '약점'은 건물 둘레 벽 위의 기둥과 건물 코어(core) 구조 사이의 바닥 조이스트(joist: 소형 보)를 받치고 있던 앵글 클립(angle clip)이었다고 보고 있다. 각 층이 설계 상 버틸 수 있던 압력은 약 700파스칼이었으며, 각 층은 자체 무게를 제외하고 약 1,300톤 이상을 버틸 수 있었다. 두 건물은 각각 최대 50만 톤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었다.

테러 직후 가장 화재가 극심했던 두 층 중 하나의 조이스트가 무너지면서 바깥 쪽 사각형 틀의 기둥이 안쪽으로 휘었고, 이로 인해 한 층 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1,300톤까지 버틸 수 있던 하나 아래 층은 해당 층의 앵글 클립 위로 갑자기 더해진 상위 열 개 층의 45,000톤 무게를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때문에 도미노 현상이 발생해 빌딩 전체가 10초만에 붕괴했고, 최상층이 바닥까지 무너지는 속도는 시속 200km에 달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그냥 아무 걸림돌이 없는 자연 낙하였다면 붕괴에는 8초 정도 걸렸을 것이고, 붕괴 속도는 300km/h 정도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붕괴 전 월드트레이드센터의 모습. 붕괴로부터 불과 며칠 전에 촬영된 사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WTC가 붕괴할 때 균형이 뒤틀려 건물이 앞이나 옆으로 쓰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변부 블럭으로 건물이 쓰러지는 형태로 넘어졌다면, 그 피해는 훨씬 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 두 건물이 주변부로 넘어지지 않은 것은 세 가지 이유로 추측된다. 첫째, 건물은 고체 덩어리가 아니다. 95%는 공기이기 때문에 붕괴 시 안쪽으로 내려앉을 수 있었다. 둘째, 항공기의 충돌은 건물의 중심을 일시적으로 약 30m 가량 구석으로 이동 시켜 중심이 구조물의 바닥 공간 바깥으로 나가게 할 수 있지만, 항공기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도 건물에는 횡하중이 발생하지 않았다. 셋째, 사실상 붕괴가 시작된 뒤에는 거의 자연 낙하로 모든 게 내려 앉았지만, 어느 수준의 가로 속도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했다.

요약하자면 50만 톤의 건물은 이 날 반드시 안쪽으로 붕괴했어야 한다는 법은 없었으며, 붕괴가 시작됐을 때 건물의 8방 어디로든 쓰러질 수 있었다.

2001년 6월 12일, WTC 북쪽 타워 107층에서 촬영된 맨하탄 주변의 전경. 테러로부터 불과 3개월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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