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세계 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건물의 둘레 틀을 이루는 관은 매우 중첩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911 테러 당시, 항공기가 건물에 직접 충돌하는 바람에 외부 기둥 몇 개가 붕괴된 상황에서도 프레임이 버티고 있었지만, 곧이어 항공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강철이 녹아내려 건물의 균형이 무너지고 말았다.
구조 건축가들은 이 건물의 '약점'은 건물 둘레 벽 위의 기둥과 건물 코어(core) 구조 사이의 바닥 조이스트(joist: 소형 보)를 받치고 있던 앵글 클립(angle clip)이었다고 보고 있다. 각 층이 설계 상 버틸 수 있던 압력은 약 700파스칼이었으며, 각 층은 자체 무게를 제외하고 약 1,300톤 이상을 버틸 수 있었다. 두 건물은 각각 최대 50만 톤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었다.
테러 직후 가장 화재가 극심했던 두 층 중 하나의 조이스트가 무너지면서 바깥 쪽 사각형 틀의 기둥이 안쪽으로 휘었고, 이로 인해 한 층 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1,300톤까지 버틸 수 있던 하나 아래 층은 해당 층의 앵글 클립 위로 갑자기 더해진 상위 열 개 층의 45,000톤 무게를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때문에 도미노 현상이 발생해 빌딩 전체가 10초만에 붕괴했고, 최상층이 바닥까지 무너지는 속도는 시속 200km에 달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그냥 아무 걸림돌이 없는 자연 낙하였다면 붕괴에는 8초 정도 걸렸을 것이고, 붕괴 속도는 300km/h 정도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WTC가 붕괴할 때 균형이 뒤틀려 건물이 앞이나 옆으로 쓰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변부 블럭으로 건물이 쓰러지는 형태로 넘어졌다면, 그 피해는 훨씬 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 두 건물이 주변부로 넘어지지 않은 것은 세 가지 이유로 추측된다. 첫째, 건물은 고체 덩어리가 아니다. 95%는 공기이기 때문에 붕괴 시 안쪽으로 내려앉을 수 있었다. 둘째, 항공기의 충돌은 건물의 중심을 일시적으로 약 30m 가량 구석으로 이동 시켜 중심이 구조물의 바닥 공간 바깥으로 나가게 할 수 있지만, 항공기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도 건물에는 횡하중이 발생하지 않았다. 셋째, 사실상 붕괴가 시작된 뒤에는 거의 자연 낙하로 모든 게 내려 앉았지만, 어느 수준의 가로 속도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했다.
요약하자면 50만 톤의 건물은 이 날 반드시 안쪽으로 붕괴했어야 한다는 법은 없었으며, 붕괴가 시작됐을 때 건물의 8방 어디로든 쓰러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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