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오늘의 역사

사진과 함께 살펴보는 세계 속 이야기

현대사

[2009. 12. 24] 헝가리 미술사학자, 영화 『스튜어트 리틀』배경에 걸린 소실 미술품을 발견하다

라마막 2023. 5. 21. 19:36

헝가리의 미술사학자인 게르겔리 바키(Gergely Barki, 1970~)는 2009년작 영화 《스튜어트 리틀(Stewart Little)》을 시청하던 중, 헝가리의 화가인 로베르트 베레닌(Róbert Berény, 1887~1953)의 작품인 『검은 항아리와 잠자는 여인(Alvó nő fekete vázával, 1927~1928)』이 영화 배경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그림은 지난 90년간 분실된 상태였으며, 이 영화에서 소품으로 쓰이고 있었다. 감정 결과 이 그림은 진품으로 판명됐다.
『검은 항아리와 잠자는 여인』은 1920년대에 분실된 그림이었으며, 바키는 1928년에 어느 전시회에서 촬영된 이 그림의 흑백 사진 밖에 본 적이 없었지만 영화에서 잠시 스쳐가자 그 자리에서 알아 보았다.
그는 당장 영화 제작사와 촬영진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다방면으로 소니 픽쳐스와 콜롬비아 영화사와 연결을 시도했으며, 영화의 무대 디자이너와도 연락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2년이 지나서야 답을 받을 수 있었다.
바키가 훗날 회고하기를, "(무대 디자이너는) 이 그림이 지금 자기 집 벽에 걸려있다고 답을 해왔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주 파사디나(Pasadena, CA)의 한 골동품 가게에 들렀다가 이 그림을 샀다고 말했으며, 살 당시엔 그냥 뭔가 아방가르드 하면서 엘레강스한 느낌이 영화 '스튜어트 리틀'의 응접실 벽화로 알맞다고 생각해서 구입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 이 그림은 베레닌의 두 번째 아내인 에타(Eta)의 초상화이며,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로 완성한 작품이다. 『검은 항아리와 잠자는 여인』은 베레닌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베레닌은 이 그림을 1927년~1928년 사이에 그렸다. 베레닌은 베를린에서 거주하다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헝가리로 피신한 상태였으며, 이 그림은 1928년 부다페스트의 에른스트(Ernst) 미술관에 전시됐다가 팔렸다. 그림을 구입한 이는 유대인이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아마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재산을 모두 정리하지 못하고 외국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의 혼란과 유대인 인구의 탄압에 따른 피신 등의 정황 속에서 그림은 어디서 인가 사라졌다.
『검은 항아리와 잠자는 여인』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1990년대였다. 샌디에고의 세인트 빈센트 드 폴(St. Vincent de Paul) 경매장에 갑자기 등장했으며, 이 그림은 마이클 헴스테드(Michael Hempstead)라는 미술품 수집상이 $40불에 구입했다. 헴스테드에 따르면 이 그림은 누군가가 기증한 그림이었으며, 아마도 다른 여러 그림들과 함께 경매장에 넘긴 것 같았다고 한다.
헴스테드는 다시 이 그림을 캘리포니아 주 파사디나의 한 골동품 가게에 $400달러로 팔았는데, 이게 당시 베레닌의 모사화에 붙던 대략적인 정가였다고 한다. 다시 이 그림은 위에 약술했듯 소니 픽쳐스에서 소품을 구해오라는 주문을 받은 무대 디자이너가 $500달러로 구입했다.
이 그림은 1999년작 『스튜어트 리틀』 촬영 중 소품으로 쓰였으며, 이후에도 계속 스튜디오 소품으로 남아 『아버지와 아들(Family Law, 2006)』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에서 사용됐다. 앞서 그림을 팔았던 헴스테드는 2000년경 『스튜어트 리틀』을 보다가 자신이 앞서 팔았던 그림을 알아봤으며, 이것이 『검은 항아리와 잠자는 여인』 진품임을 깨닫고 그림을 되 사려고 했다. 특히 이 시기에 베레닌 그림의 가격이 올라있었으므로 그는 그림을 되 추적하여 구입하고자 했지만 스튜디오에서는 정확히 그림이 어디에 보관되는지 확인해주지 못했고, 그 사이에 그림은 처음 그림을 사왔던 무대 디자이너가 개인 사비로 구입한 후 자신의 침실에 걸었다.
훗날 헴스테드는 그림이 완전히 발견된 뒤 인터뷰에서 자신이 먼저 그림 회수에 실패한 사실은 안타까워 했으나, "그래도 내 손으로 이 그림이 캘리포니아 경매장에 묻혀있던 것을 발굴해 골동품 가게로 가져갔으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영화에 출연해 발견으로 이어졌다. 이런 미술사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림 추적에 실패한 헴스테드와 달리 헝가리의 소실된 그림을 추적하던 바르키는 『스튜어트 리틀』 개봉 10년 뒤인 2009년에야 이 영화를 처음 보았다. 딸과 함께 영화를 보던 그는 흑백 사진 밖에 본 적이 없음에도 배경에 걸린 그림이 『검은 항아리와 잠자는 여인』 진품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으며, 곧 온 사방에 연락을 해 그림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40~50통의 이메일을 보낸 끝에 무대 디자이너와 연결됐으며, 워싱턴 D.C.에 거주하던 그녀 자택에 방문해 그림의 진품여부를 감정했다. 당시 그는 그림 프레임에서 그림을 꺼내기 위해 인근에 있던 핫도그 가판대 주인으로부터 스크류 드라이버를 빌렸다고 한다.
세트 디자이너가 보유하고 있던 『검은 항아리와 잠자는 여인』은 부다페스트의 비라그 유디트(Virag Judit) 미술관이 구입해 헝가리로 들여왔으며, 2014년 경매에 부쳐 시작 가격으로 110,000유로(약 $120,000 달러)를 책정했다. 그림은 2014년 12월 13일, 한 익명의 헝가리 미술품 수집가에게 $$285,700 달러로 낙찰됐다. 이 그림은 극적인 발견 후 전세계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2009년경부터 급작스러운 유명세를 탔으며, 이런 이유로 오늘날 헝가리 미술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꼽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