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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잠수함 선내에 염소를 몰래 반입한 미 해군 수병들

라마막 2023. 5. 15. 10:51

1961년, 미 해군 잠수함 아처피쉬(USS Archerfish, SS-311)함의 승조원들은 육지에 상륙했다가 술에 취해 염소 한 마리를 산 뒤 택시 트렁크에 넣어 기지 내로 몰래 반입했다.

이들은 잠수함에도 몰래 염소를 태웠으며, 배는 곧 출항했다.

하지만 염소는 얼마 안 가 폐쇄 공간인 잠수함 선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온 사방에 똥을 쏟아대던 염소는 얼마 안 가 함장실로 들어가 함장의 이불까지 먹어 버렸다. 이에 함장은 다음 날 염소를 하선시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염소를 끌어내리려던 선원들은 염소를 배에 태우는 것보다 배에서 내리게 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 아처피쉬 함은 당시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서 출항해 미 서부 해안까지 항해할 예정이었다.

문제의 사건은 승조원이던 닉 로스(Nick Ross)가 같이 상륙했던 동료들에게 "근방에 아는 농부가 있다. 닭이랑 염소를 파는데 가보자"고 꼬드기면서 시작됐다. 그는 픽업 트럭을 타고 그로톤(Groton)까지 갔으며, 문제의 염소를 $15달러에 구입하고 농부가 끼워팔기로 준 닭까지 안은 채 뉴런던으로 돌아왔다.

물론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염소를 샀는지, 염소로 뭘 할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아무 생각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수병의 말에 따르면, "뉴런던까지 왔을 때 우리 모두 배가 무척 고팠다... 그런데 염소는 배가 더 고파 보였다"고 한다. 이들은 식당에서 대짜 샐러드 보울 하나를 시키고 담배를 몇 개피 샀는데, 이 염소가 난입해 들어오더니 샐러드와 담배까지 먹어 치웠다고 한다. 이들은 기지 밖에서 식사를 한 뒤 염소를 트렁크에 넣어 기지 내로 돌아왔다.

당시 기지 정문에서 검문을 하던 해병은 택시 뒤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나자 "뒤에 뭐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는데, 이 때 뒷좌석에 탄 수병 하나가 기지(?)를 발휘해 자기가 차 지붕을 치고 바닥을 차면서 "제가 내는 소리예요"라고 말하고 넘어갔다. 이후 염소는 선내의 엔진실 공간에서 몰래 잘 키웠으나 닭은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고 한다(아마도 어느 날인가 먹은 식사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염소는 이렇게 잘 숨어서 며칠을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직 장교가 선내를 돌던 중 엔진실에서 소리가 나자 "저 안에서 오늘 누가 근무 중이지?"라고 물었고, 엔진실 담당 병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염소요"라고 답을 했다. 당직 장교는 "아 그래?"라고 말했다(아마도 '염소'가 어느 병사의 별명 쯤이 아닐까 생각한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곧 엔진실을 들여다 본 그는 "맙소사, 염소가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염소의 존재가 선내 전체에 드러나고 말았다.

이후 염소는 엔진실에서 나오게 됐다(?). 수병들은 함장에게 읍소하며 염소를 "함정 마스코트"로 삼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함장이 안되는 이유를 몇 가지 들자 병사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하나씩 제시했다. 마지막에 "... 하지만 냄새는 어쩌고?"라고 묻자 한동안 아무도 답을 못하다 한 수병이 "지내다 보면 냄새에 익숙해져 모르게 될 겁니다. 우리 전부 다 그랬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함장은 여러 다른 문제 때문에 하선시켜야 한다고 결정했고, 일단 그 날 밤에는 어뢰실에 묶어 놓겠지만 다음 날 배에서 염소를 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염소를 배에서 빼는 게 넣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우선 사다리가 문제였다. 수병 몇 명이 염소 뿔에 줄을 감은 후 사다리 위에서 끌어 올려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아 한참을 고생했다. 다시 해치 입구까지 끌고 간 수병들은 위에서 염소를 들어 올려보았다. 다시 한 수병이 염소 엉덩이를 어깨 위에 얹어 놓고 밀어 올렸고, 또 다른 수병은 위에서 끌어 당겼다. 그 와중에 염소는 계속 동그란 염소 똥을 쏟아 대서 어깨 아래 있던 수병이 뒤집어 썼다. 이 수병은 불쾌했지만 이를 악물고 염소를 밀었는데, 염소 역시 불쾌하긴 마찬가지 였던 것 같다. 염소는 마구 버둥대면서 온 사방으로 힘을 써댔고, 달라붙은 수병들은 낑낑대면서 해치 밖으로 염소를 억지로 끌어 냈다.

이들은 한참을 고생해 겨우 염소를 갑판까지 끌어 올렸다. 그 다음에는 다시 염소를 배 아래로 내리느라 모두 모여 한참을 고생했다. 염소가 겨우 하선하자(?), 이번에는 이 염소를 어째야 하는가가 고민이 됐다. 일단 수병들은 염소를 배 앞의 9번 부두 앞 쓰레기통 옆에 줄로 묶어두고 배로 돌아왔다.

몇 시간 뒤, 기지 내 불법 주차 차량을 검사하고 다니던 해병대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주차된 차량 번호를 하나씩 조회하며 지나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운전병이 급정거를 한 후 후진했다. 쓰레기통 옆의 염소를 발견한 것이다. 염소와 서로 한참을 바라보던 해병대원들은 가장 가까이 정박 중이던 아처피쉬 함 근처로 왔고, 염소가 누구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아처피쉬의 수병은 태연하게 말했다. "글쎄요, 우리가 왔을 때 이미 저기 묶여 있던데요."

잠시 후 해병대원들이 뭔가 조치를 취하러 떠나자, 아처피쉬의 수병 중 누군가가 염소도 배가 고플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아처피쉬 수병들은 해당 기지의 본청 건물 옆으로 염소를 데려가 그 곳 소방전에 묶었다. 일단 풀이 무성하게 자란 곳이었기 때문에 염소가 먹을 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 날 기지 안으로 들어온 수 많은 차량들이 본청 옆에서 교통 체증을 일으켰다. 뜬금없는 염소 구경하느라 속도들을 줄였기 때문이다. 염소는 그날 저녁 쯤 해군 마크가 새겨진 트럭이 오더니 실어 가버렸다.

다행히도 염소는 미 해군 대서양 잠수함사령부 의무단에서 데려간 것이었다. 의무단 단장이던 조지 본드(George F. Bond, 1915~1983) 대령(군의관)은 염소를 기지에서 키워도 좋다고 허가했기 때문에 염소는 정식으로 잠수함사 의무단 내에서 살게 됐다. 일설에 따르면, 의무단이 물 속에서 약간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특수 액체를 실험할 때 이 염소가 기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염소는 기지 내에서 마스코트 비슷하게 잘 지내다가 훗날 폐렴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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