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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러시아, 국내 여론 악화 지속 및 에너지 카드 대 실패

라마막 2022. 12. 18. 17:13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입장에서 지지부진한 가운데, 푸틴이 계속 국내에서 휴전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함. 특히 피해 규모가 커져가기 시작하면서 국내 여론은 "이 전쟁에서 얻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으며, 얼마 전 통계에 나왔듯 전쟁 지지여론은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 얼마 전 시카고 외교위원회와 라베다(Laveda) 센터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내에서 "특수군사작전"을 여전히 지지하는 인구는 3:1 비율로 반대가 커진 상태라고 한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해왔듯 언론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군사작전 지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나, 여론과 동떨어진 분위기를 강제로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언론 신뢰도도 마찬가지로 추락 중인 상태로 분석했다.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위(自衛)를 위한 방어전쟁"이라는 것에 동의하냐는 조사에서는 3월 조사에 비해 16% 이상 하락한 상태로 나왔고, 전쟁이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라고 보느냐에 대한 질문도 4월 대비 15%이상 "아니다"가 증가했다. 

한편 경제 역시 푸틴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 기온은 -10도 이하로 떨어졌으며, 이에 따라 난방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푸틴은 이에 에너지 공급을 끊어 서유럽을 굴복시키고자 하고 있으며, 한 주면 서유럽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전기 가격은 유사이래 최고가를 기록 중이고, 석탄연료를 쓰는 온열기구 등이 다시 시장에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불이 꺼진 서유럽 집은 거의 없으며, 공장도 제대로 가동 중이다. 즉, 현실적으로는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더 문제는 에너지 카드가 아무때나 쓸 수 없는 카드임에도 너무 일찍 꺼내 썼고, 이젠 다시 꺼내 쓸 수도 없다. 

푸틴이 원하던 그림은 전 유럽이 눈으로 뒤덮이고, -20도 정도를 찍는 순간 에너지 공급이 끊겨 전기 공급이 중단되어 서유럽이 굴욕에 가까운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중단되고, 금융지원도 끊기며, 모욕적인 일방적 평화협정에 서명한 후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퍼펫 정권이 들어서 젤렌스키를 전범으로 기소하는 것이다. 푸틴의 구상에서 에너지는 궁극의 무기였으며, 이 앞에서 버틸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시나리오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서방에게 있어 지난 주는 에너지 공급 문제가 최대 난관이었다. 월요일부터 기온이 떨어져 영국의 경우 시간당 1메가와트의 전력 가격이 6,000파운드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영국 정부는 정지시켰던 석탄발전소를 다시 가동시킬 준비에 들어갔으며, 프랑스는 11월 말부터 실제로 석탄 발전소를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요한건 '시스템'에 금이 가긴 했을지언정, 시스템이 붕괴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공장은 여전히 돌았고, 백화점도 언제나처럼 개점했으며, 온 가정에는 에너지 가격이 올랐을지 언정 따뜻한 난방이 들어왔다. 이 모든 것은 지난 가을, 노드 스트림 파이프라인이 테러로 공격받은 후 끊긴 상태에서 돌아간 일이다. 그리고 EU는 러시아 산 석유에 가격 상한선을 그었다. 예비 LNG 연료가 미국과 카타르에서 공급됐고, 심지어 처음 해외 수출에 나선 아프리카 모잠비크제 LNG 연료도 유럽 시장에 들어왔다. 유럽 각국의 정부는 난방 낮추기 운동을 개시했다. 그렇게 11~12월이 흘러갔다.

물론 1,2월도 버텨야 한다는 문제는 남아있다. 실제로 겨울에서 가장 추운 시기는 이 두 달이다. 이 때도 여전히 연료 공급은 원활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지난 한 주는 "극단적인 추위" 속에서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테스트를 하는 기간이었고, 일단 결과는 "돌아간다"로 나온 셈이다. 

실제로 생각한 만큼 타격이 가지 않는다는 것은 러시아 측의 계산 밖이다. 특히 러시아가 계산을 못한 것은 이 "자유시장" 경제의 힘이다. 자유시장은 유동적이며, 가격이 오르면 세계 어디에선가 갑자기 없던 공급이 생기는 마법이 발생한다. 에너지 카드는 유럽을 괴롭히고 우크라이나 정부 지원을 끊는 용도지만, 문제는 이 카드는 한 번 밖에 쓸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너무 이 카드를 일찍 빼 쓴 푸틴은 효과를 크게 못 봤고, 이제부터 에너지를 이용한 협박은 공허할 뿐이다. 

 

더 최악은 이것이 러시아 경제까지 바닥으로 처박았다는 점이다. 러시아에게 에너지 장사는 매우 중요하다. 2019년 러시아 GDP에서 에너지 수출은 19%를 차지했고, 러시아 정부 세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물론 아직도 밀 수출 같은게 있긴 하지만, 뭔가 가시적으로 기댈만한 수출 사업거리는 이게 전부다. 러시아는 세계가 흥미를 가질 만한 대단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거의 없다. 심지어 이제부터는 더 이상 최대 에너지 수출국도 아니게 되었다. 

내킬 때 공급을 끊어버리는 공급자와 계약을 맺기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몇 년 정도 더 버틸진 모르겠으나 이후의 미래는 없다. 푸틴은 자신의 앞길을 막는 자들을 위협하고 괴롭히기 위해 에너지 카드를 썼지만, 이젠 더 이상 가시적으로 쓸 별다른 카드가 없다. 다음 주에 다시 기온이 올라가면 현실이 더 괴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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