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伊)형 잠수함인 I-53 함은 일본 해군이 1944년 2월에 취역시킨 함정으로, C형 순양잠수함 2번 함이다. 최초 I-53은 가이텐(回天) 유인어뢰를 운용하기 위한 모함으로 건조했다.
1945년 7월 14일, I-53함은 I-47, I-58, I-363, I-366, I-367함과 함께 가이텐을 운용하는 '다몬대(多聞隊)'에 배속됐다. I-53은 여섯 발의 가이텐과 가이텐 조종수를 그날 아침에 승선시켰으며, 오후에는 포모사(현재의 타이완) 동남쪽 300해리(560km)에 설정된 작전책임지역으로 이동했다. I-53은 1945년 7월 22일자로 작전지역에 도착했다.
I-53은 미 해군 물자 수송함인 아드리아 함(USS Adria, AF-30)과 여섯 척의 전차상륙함 및 오키나와에서 철수시킨 미 제 96 보병사단 병력으로 구성된 미 해군 호위함대가 보이자 1945년 7월 24일자로 필리핀 해의 엔가뇨(Engano) 만 등대 북동쪽 260해리(480km) 지점에서 잠항했다. 호위함대는 10노트(19km/h) 속도로 필리핀을 향해 항행했으며, 이들에게는 미 해군 구축호위함 언더힐(USS Underhill, DE-682) 함과 순찰 호위정 PCE-872함, 구잠정 PC-803, PC-804, PC-807, PC-1251, SC-1306, SC-1309가 따라붙어 있었다.
12시 정각이 됐을 무렵, 언더힐 함이 소나로 주변을 탐색하다가 I-53을 발견하고 PC-804함에게 수중 폭뢰로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언더힐은 방향을 돌려 I-53에게 들이받을 준비를 했지만, I-53은 포착당한 것을 깨닫고 긴급 잠항한 후 14:25분 경에 '가이텐' 유인 어뢰를 발사했다. 문제의 가이텐은 PC-804함 아래로 스치고 지나갔다. 표적을 놓친 가이텐은 언더힐 함 측면으로 부상해 올라왔고, 이를 발견한 언더힐은 가이텐을 들이받아 15:07분에 폭발 하면서 언더힐 함의 선수 부분이 대파되고 선내로 화재가 번져 113명이 사망했다.
언더힐의 선미는 계속 물 위에 떠 있었으나, 언더힐의 함장은 생존 수병을 모두 다른 함정으로 갈아 태운 후 PCE-872, PC-803, PC-804함에게 지시해 언더힐을 함포 사격으로 자침(自沈) 시켰다. 자신들이 정확히 무엇을 격침한 것인지 잘 몰랐던 I-53 함장은 귀환 후 '대형 수송선'을 격침했다고 보고했다.
I-53함은 전쟁 말에 미군에 항복했으며, 일본 해군의 함정목록에서는 1945년 11월 30일자로 삭제됐다. I-53함은 구레(吳)항에 정박하고 있다가 진주해 온 미 해군에 인수됐으며, 선원을 50명으로 축소하고 15톤의 연료와 7.2톤의 쌀, 20톤의 물만 적재한 뒤 무장은 전혀 없는 상태로 항해장이 지휘하여 사세보(佐世保)인근 에비스(恵比寿)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 쓸만한 장비는 모두 제거된 I-53함은 미 해군 잠수모함 네레우스(USS Nereus, AS-17)함이 견인하여 고토(五島)섬으로 끌고 갔다.
미국은 일본이 제작한 여러 함정과 항공기의 기술을 면밀히 분석했으나, 연합군 지분을 갖고 있던 소련이 나포된 일본군 장비 일부를 요구할 움직임이 보이자 <로즈 엔드> 작전(Operation Road's End)을 개시해 대부분 장비를 모두 폐기했다. I-53함 역시 로즈엔드 작전 대상에 포함되면서 1946년 4월 1일, 고토 섬에서 32°37′N 129°17′E 지점에 함포로 격침 시켰다.
I-53함의 위치는 2017년 9월 7일, 라 플롱제 해저 탐사협회(Society La Plongée)가 원격조종식 잠수정으로 발견해 잔해의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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