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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9. 24] 장군 출신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자, 지미 스튜어트

라마막 2023. 1. 9. 15:34

1945년 9월 24일, 미국의 월간지 라이프(LIFE) 커버기사 사진. 기사 서두는 다음과 같다.
"정복을 입은 지미 스튜어트(James 'Jimmy' Maitland Stewart, 1908~1997)가 아버지 가게에서 통화하는 사이, 그의 아버지는 가게에 온 손님과 대화하고 있다."
이 사진은 사진기자인 피터 스택폴(Peter Stackpole, 1913~1997)이 스튜어트가 휴가를 냈을 때 고향인 펜실베이니아 주까지 따라가 찍은 사진으로, 헐리우드 영화계의 대스타이자 전쟁영웅인 그가 고향을 가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따라가 촬영했다고 한다.
제임스 메이틀랜드 스튜어트는 펜실베이니아 주 인디애나(Indiana, PA) 주 태생으로, 부친인 알렉산더 스튜어트와 모친인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펜실바니아 주의 명문 사립고교인 멀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isity)에 진학한 수재였으나, 집안 대대로 독립전쟁,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집안 전통을 살리고 싶어 1941년에 입대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이등병이 아니었다. 우선 그는 30대 초반의 나이었고, 또한 그는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육군으로부터 두 번이나 입대 원서를 반려당한 적이 있었다. 그는 처음 퇴짜를 맞았을 때 육군 최저 입대규정 상의 체중으로부터 2.2kg가 모자랐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평범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입대 전인 1940년 영화 <필라델피아 스토리(The Philadelphia Story)>로 오스카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인기스타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명성 따위는 기꺼이 접어두고 기준 체중을 넘겨 간신히 이등병으로 입대했다. 육군항공단(US Army Air Corps/육군항공대-공군의 전신)으로 배정된 지미 스튜어트는 공보부서에 배치된 뒤 선전 및 홍보 영화에 출연했으나, 본인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므로 상부에 계속 야전 전출 요청을 넣었다. 군은 유명 명배우가 전사라도 할 경우의 영향과 부담 때문에 반려했으나, 스튜어트의 끈질긴 탄원을 결국 못 이겨 그를 폭격기 비행단으로 배치하고 조종교육을 시킨 뒤 유럽전선에 폭격기 조종사로 투입했다.

그리고 지미 스튜어트는 불과 4년 만에 이등병에서 대령까지 진급해 미군 역사상 최단기간 최다계급 진출자로 기록됐다.
그는 수십차례 전투임무를 소화했고, 폭격기 조종사 겸 지휘관으로 참전했으며, 독일 점령 하의 유럽 내 적지 종심을 찌르는 폭격임무를 여러차례 수행했다. 전쟁 말에 그는 우수 비행십자훈장과 우수근무훈장 등을 수상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1947년까지 계속 군에 남아 전략공군사령부에서 근무했다. 그는 이 시기에 기종전환 교육까지 수료해 B-47과 B-52 조종자격도 얻었다.
전역 후 다시 그는 헐리우드로 돌아갔지만, 계속 군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해 공군이 최초 창설됐을 때 군적 역시 공군으로 옮겼다. 뿐만 아니라 공군협회(US Air Force Association)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도 12명의 첫 발기인 중 한 명이 되었다. 미 공군은 1957년 예비군 상태의 지미 스튜어트의 준장 진급을 추천했다가 공화당의 마거릿 체이스 스미스(Margaret Chase Smith, 1897~1995)의원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1959년 공군이 다시 진급 상신을 올려 7월 29일자로 예비역 준장으로 진급, 미 영화계의 역사상 최고 군 계급자가 되었다.
그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군에 협력했으며, 6.25 전쟁 뿐 아니라 베트남 전쟁에도 관여해 비전투 관측기 조종 임무 등을 소화했다. 그는 1968년 5월 28일까지 예비군으로 공군에서 복무해 총 27년간 공군 조종사를 겸임했다. 미 공군은 그가 60세를 맞아 전역하던 날, 미 공군 우수근무훈장을 수여했다.
그는 전후에도 전쟁 중 자신의 임무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는데, 1974년에 촬영된 BBC 다큐멘터리인 <세계의 전쟁(The World at War)>에 출연해 1943년 독일 슈바인푸르트에서 벌어졌던 치열한 전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전쟁 말엽에도 한 차례 기록영화에 등장한 적이 있는데, 당시 자신을 굳이 '영화배우 지미 스튜어트'라고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하여 자막에는 '지미 스튜어트 중령-미 제 703 폭격대대장'으로 나간 자료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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