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유명한 왕립공군(the Royal Air Force, RAF) 조종사인 더글러스 베이더(Sir Douglas Robert Steuart Bader, 1910~1982) 경이 그의 마지막 스핏 파이어(Spit Fire) Mk.IXe 기 조종석에 오르기 위해 의족을 손으로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
1945년 9월 15일, 종전 후에 촬영된 사진으로, 이날 그는 대영공방전(Battle of Britain) 5주년 기념식을 위해 런던 중심가를 비행하는 기념 비행편대를 이끌기 위해 애기(愛機)에 탑승 중이다.
: 전쟁기간 중 총 22대의 적기를 격추해 플라잉 에이스(Flying Ace) 반열에 오른 명 조종사. 1928년 공군에 입대해 1930년 소위로 임관했으며, 이 때 공중 곡예를 시도하다 항공기 추락사고가 발생해 죽을 위기까지 몰렸으나 살아남는 대신 한쪽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처음부터 비행 조종 과정을 다시 밟아 재활에 성공하면서 조종사 자격을 다시 회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규정이 미비했던 시절이므로, 그는 비행 불가 판정을 받고 강제로 전역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왕립공군은 그의 조종사 자격을 회복시킨 후 다시 현역으로 환원시켜 주었다. 그는 1940년 프랑스 전투에 참전해 덩키르크(Dunkirk) 상공에서 첫 격추를 기록했으며, 그 다음으로 대영공방전에 참가해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트래포드 리-말로리(Sir Trafford Leigh-Mallory, 1892~1944) 소장과 친해지면서 리-말로리와 베이더가 소속된 제 12 비행단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빅 윙(Big Wing: 혹은 '발보[Balbo]') 전술을 개발해냈다.
1941년 8월, 베이더는 전투 중 독일 치하의 프랑스 상공에서 격추 당해 사출했으나 독일군에게 사로잡혔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존경받던 베이더는 이 때 독일군 에이스인 아돌프 갈란트(Adolf Galland, 1912~1996) 장군이 직접 찾아와 만났을 정도로 대접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는 한 쪽 다리가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며, 결국 색소니 지방의 성을 개조한 고위급 포로용 수용시설인 콜디츠(Colditz) 성에 수용됐다. 그는 1945년 4월까지 그 곳에서 포로생활을 하다가 색소니 지방으로 진주한 코트니 하지(Courtney H. Hodges, 1887~1966) 대장의 미 제 1군이 수용소를 해방하면서 구출됐다.
베이더는 1946년 2월 왕립공군에서 전역했으며, 이후 정유 산업계로 옮겼다. 1950년에는 그의 일대기를 다룬 책 <하늘에 닿기 위해(Reach for the Sky)>가 출판된 뒤 영화화 됐으며, 전역 후에도 장애인과 부상 장병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병행했다. 그는 1976년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 1926~2022) 생일 날 '군에서 계속 헌신한 상이용사들'을 대표하여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는 1979년 건강이 악화될 때까지 계속 비행을 계속 했으며, 1982년 9월 5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그가 노년이 된 뒤 어느 날, 한 상류층 여학교에서 베이더 경에게 2차 세계대전 경험담 강연을 요청해왔다. 그는 강연 중 독일군 전투기 조종사와 마주쳤던 경험을 풀면서 이리 말했다. "... 그래서, 두 망할 개자식들(f*cker)이 내 뒤로 왔고, 세 망할 개자식들은 내 오른쪽으로 왔고, 마지막으로 다른 개자식 하나가 내 왼쪽으로 왔지."
갑작스런 욕설에 놀란 여학교 교장이 얼굴이 하얘져서 베이더 경의 말을 끊기 위해 끼어들었다. "여러분, 당시 독일군 전투기는 '포커(Fokker)' 였어요." 그러자 베이더 경은 그 말을 받아서 이렇게 이었다. "교장선생님, 맞는 말씀이시긴 한데 그날 개자식들은 다 매서슈미트(Messerschmitts) 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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