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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2차세계대전사

[1946. 5] 포로가 된 병사들을 위로한 명견, 디킨 훈장 수상

라마막 2023. 4. 27. 09:12

포인터 순수혈통인 "주디(Judy)"는 태평양 위에서 활약한 몇몇 함정에서 마스코트였으나, 1942년에는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포로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다. 주디는 그 곳에서 만난 항공병인 프랭크 윌리엄스(Frank Williams)와 얼마 안되는 배급 쌀을 나눠먹는 사이가 되었다.

주디는 연합군 포로들이 사기를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독이 있는 뱀이 수용소 안에 들어오거나, 악어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근처에 접근해도 크게 짖어 동료들에게 알렸다. 포로들은 얼마 후 싱가포르로 다시 이송됐는데, 포로들은 주디를 쌀포대에 몰래 넣어 함께 이동하며 그녀의 존재를 끝까지 간수들에게 들키지 않았다.

하지만 수송선은 이동 중 연합군의 어뢰에 맞았다. 윌리엄스는 주디를 구하기 위해 선체가 가라앉기 전에 그녀를 황급히 배 밖으로 밀어냈지만, 그 조차도 5m 아래에 망망 대해가 펼쳐져 있었다. 윌리엄스도 곧 스스로 배에서 탈출했으나, 얼마 후 다시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다른 포로 수용소로 보내졌다.

그는 주디가 살아남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감되던 중 동료 포로들을 통해 배가 가라앉던 상황에서 물에 빠져있는 동료들이 부유물에 매달릴 수 있도록 도와준 개의 이야기를 들었다. 새 수용소에 도착한 윌리엄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수용소 정문을 지나가는데, 털이 듬성듬성한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나 내 품으로 달려들어 나를 쓰러뜨렸다. 그녀를 다시 만나는게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

이들은 1년 이상 수마트라 섬의 포로 수용소에서 함께 지냈다. "주디는 나를 여러 의미에서 구해줬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난 그저 그녀의 지치고 충혈된 눈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질문만 하면 됐다. '만약 내가 죽으면 주디는 어떻게 될까?' ... 그래서 나는 계속 살아가야만 했다."

전쟁이 끝나자, 주디는 영국 리버풀(Liverpool)로 향하는 병력 수송선에도 함께 몰래 올라탔다. 영국에 도착한 주디에게는 1946년 5월 디킨 훈장(Dickin Medal; 동물에게 수여되는 최고 훈장으로, '빅토리아 십자훈장'과 동격)이 수여되었다. 그녀의 훈공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그녀가 일본군 포로 수용소 내에서 보여준 뛰어난 용기와 인내심은 동료 포로들이 사기를 유지하도록 도왔으며, 그녀의 지혜와 경계심은 수 많은 동료들을 구해냈다."

프랭크 윌리엄스 또한 주디에게 보여준 헌신성을 인정받아 PDSA(영국 수의학 자선협회)로부터 성(聖) 자일스 백십자 상을 수여 받았다. 프랭크와 주디는 전후 1년간 수용소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한 동료들의 가족들을 방문했으며 ,프랭크는 매 방문 길마다 주디가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적었다.

주디는 13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며, 프랭크는 2개월간 그녀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비를 직접 화강암과 대리석을 깎아 만들었다. 그리고 대리석 비석에는 그녀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그녀의 인생사를 새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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