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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 9. 7]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아이들을 구하다 사망한 살신성인의 스튜어디스, 니자 바노트

라마막 2023. 2. 2. 12:37
 

생전의 니자 바노트의 모습.

니자 바노트(Neerja Bhanot)1986년 팬암(Pan Am) 73편 납치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탑승한 22세의 승무원이었다.

테러리스트는 항공기를 장악하자마자 인도계 미국인 승객 한 명을 처형한 후 항공기 밖으로 시신을 버렸다. 그 후 이들은 미국인 승객을 확인하기 위해 바노트에게 기내 승객들의 여권을 모두 수거하라고 했다. 하지만 바노트는 여권을 수거한 후 미국 국적자 43명의 여권을 좌석 아래에 숨기거나 쓰레기통에 버린 뒤 나머지 여권만 테러리스트들에게 갖다 주었다.

이들은 17시간 이상 인질로 붙잡혀 있었으며, 대치상태에 지친 테러리스트들은 폭탄을 터트리고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바노트는 항공기 뒷편 문을 열었지만, 자신이 빠져나가는 대신 승객들이 탈출하도록 유도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 테러리스트들이 미국국적의 세 아이를 향해 총질을 가하자 스스로 그 앞으로 뛰어들어 아이들의 방패가 된 후 숨을 거두었다.

이날 그녀가 지켜낸 세 아이 중 7세의 아동은 훗날 자라서 미국의 주요 항공사의 조종사가 되었다. 그는 자신을 지켜준 바노트로부터 영감을 받아 조종사가 되었다고 밝혔다.

: 196397, 인도 찬디가르 태생. 봄베이에서 자랐으며 부친은 더 힌두스탄(The Hindustan)지에서 30년을 일한 언론인이었다. 그녀는 봄베이에서 학업을 마쳤으며, 인도 풍습대로 맞선을 통해 결혼했으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아 곧 이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노트는 1985, 인도에 진출한 미국계 항공사인 팬암(1991년 폐업)의 현지 스튜어디스 채용에 응시해 합격했으며, 합격 후 마이애미에서 스튜어디스 교육을 받았으나 최종 채용 때는 사무장으로 채용됐다.

198695, 그녀는 봄베이에서 이륙해 파키스탄의 카라치와 서독 프랑크푸르트를 거친 후 뉴욕으로 향하는 팬암 73편에 올랐다. 당시 기체는 보잉 747-121기였으며 탑승자는 승무원 19명을 포함한 384명이었다.

사건은 이들이 파키스탄 카라치에 내렸을 때 발생했다. 4명의 팔레스타인의 아부 니달(Abu Nidal Organization, ANO; 지금의 파타 계열) 소속 테러리스트가 항공기에 탑승했으며, 이들은 항공기가 에이프런(Apron: 화물 구역)으로 이동하자 신분을 밝히고 납치를 감행했다. 이들은 키프로스로 갈 것을 명령했으며, 동시에 팔레스타인계 수감자를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테러리스트는 총기를 든 채로 조종석으로 돌진했으나 조종사들은 조종석 구역을 막아 저지했으며, 곧장 항공기 위의 해치를 열고 탈출했다. 이 해치로 조종사, 부조종사, 비행 엔지니어가 모두 탈출해버렸으므로 이후 상황은 선임 승무원인 바노트가 책임지게 되었다.

이들은 미국인이 목표였으므로 한 명의 인도계 미국인을 색출하자마자 입구로 끌고 가 머리에 총을 쏴 살해했다. 그리고 바노트에게 여권을 모두 걷어오게 종용했으나, 이들의 의도를 파악한 바노트는 여권을 모두 수거한 뒤 그 중 43개의 미국인 여권을 모두 좌석 밑에 꾸겨넣거나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버리는 방법으로 감추어주었다.

결국 이들은 조종사들이 모두 탈출한데다 미국인 인질을 하나도 "잡지 못했으므로" 교섭이 잘 되지 않았다. 이들은 조종사를 새로 보내라고 요구하면서 17시간 이상 대치하던 중 악에 받혀 갑자기 총질을 하기 시작했다. 바노트는 순간 가까운 항공기 문을 열었으며, 본인 자신이 제일 먼저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다시 안으로 들어가 승객들의 탈출을 지휘했다. 당시 생존자 한 명은 이렇게 증언했다.

"그녀는 비상구를 통해 승객들을 모두 탈출시켰다. 그녀가 탈출을 지휘하던 중 테러리스트들은 진압부대가 올 것을 두려워하며 온갖 곳에 총질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노트가 마지막으로 어른이 동행하지 않은 세 아이를 데리고 나오려고 하자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총구를 등에 바짝붙인 뒤 사살해버렸다."

결국 21:30분경, 파키스탄이 진압에 나서 파키스탄 육군 예하 특수근무단(SSG: Special Services Groups)과 파키스탄 레인저 부대가 투입됐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은 난사를 해댄 통에 금방 총알이 떨어졌으며, 승객들도 대부분 바노트가 탈출시켰으므로 손쉽게 기내로 진입하여 테러리스트를 전부 생포했다.

이날 73편에는 14개국 출신의 365명 승객이 탑승했으며, 51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바노트가 재치를 발휘해 보호했던 미국인은 43명 중 단 두 명만 사망했을 뿐이다. 이들 테러리스트는 198876, 파키스탄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이후 종신형으로 모두 감형됐다. 이후 두목이던 자이드 하산 알-라티프 사파리니는 20019월 미국 FBI에 넘겨졌으며, 미국에서 다시 재판을 받고 160년형을 언도 받아 복역 중이다. 나머지 네 명의 테러리스트는 파키스탄에서 23년간 수감되어 있다가 2008, 국외 추방을 명령받고 모두 팔레스타인으로 추방됐다.

그녀의 이야기는 2016년 인도에서 <니자>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됐으며, 그녀의 오빠가 그녀의 이야기를 쓴 <용기의 미소(The Smile of Courage)>가 출판된 적이 있다. 현재 그녀의 이름을 딴 <니자 바노트 상>이 제정되어 매년 전세계 항공사 직원 중 본분에 충실한 용기를 보여준 이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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