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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 4. 19]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깨지다

라마막 2023. 1. 12. 22:16
바비 깁(Bobbi Gibb), 본명은 로베르타 루이즈 깁(Roberta Louise Gibb).

바비 깁(Bobbi Gibb, 1942~)이 1966년 보스턴 마라톤 참가 신청을 내자, 마라톤 추최 측은 신청을 반려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여성은 생리학적으로 마라톤을 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법적 책임을 질 수가 없어 신청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마라톤이 열리던 당일날, 그녀는 수풀 속에 숨어서 레이스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곧 총성이 울리고 레이스가 시작됐고, 선수의 절반 정도가 출발선을 지나가자 그녀도 숲 속에서 뛰어나와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

그녀는 오빠의 버뮤다 반바지를 입었고, 남성용 운동화를 신었으며, 수영복을 입은 뒤 그 위에 운동복 상의를 걸쳤다. 깁은 선수들 무리 속으로 합류하면서 열이 올랐지만 후드를 벗지 않았다. 그녀는  "주최측에서 저를 봤다간 당장 뛰지 못하게 저지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이유를 밝혔다. "재수없으면 경찰에 체포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곧 깁의 주변에서 달리던 다른 선수들은 그녀가 남자가 아님을 눈치챘다. 깁은 다른 선수들이 어깨로 밀치거나 경찰을 부를 것이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이들은 누군가가 그녀를 저지하려고 뛰어들면 자신들이 막을터이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마음에 평온을 얻은 그녀는 곧 본 코스에 들어서면서 후드를 벗었다.

마라톤에서 여성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 관객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분노나 정당하지 않다는 목소리들이 아니라 오히려 신이 나고 즐거운 목소리들이었다고 그녀는 훗날 기억했다. 경기를 보고 있던 길가의 남성들은 환호했고, 여성들은 응원의 소리를 질렀다.

깁이 결승점인 웰슬리 대학(Wellesley College/교양학부 여대임) 근처에 도달했을 무렵에는 그녀가 마라톤에서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사방에 알려진 뒤였다. 웰슬리의 여학생들이 결승선에 나와 그녀를 기다리며 방방 뛰고 소리를 질러댔다. 이 날 참관 중이던 존 볼프(John A. Volpe, 1908~1994)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결승점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골인하자 악수를 청했다.

결승선에 들어오는 바비 깁

그리고 그 날, 역사상 처음 마라톤 경주에 참가한 여성 선수는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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