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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한때 '세계 6위'의 해군력을 보유한 펩시콜라

라마막 2023. 11. 11. 11:59

펩시는 한 때 세계 6위의 해군력을 보유한 적이 있었다.

1989년, 펩시콜라가 냉전 말이 되면서 소련에 진출했다. 펩시는 아예 소련 시장에 쐐기를 박고 싶었지만,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화폐 문제였다. 루블화 환전이 안되던 시절이었으므로 이것이 소련 시장 진입장벽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런저런 돌파책을 강구하던 펩시는 소련 정부와 대화 중 물물교환(barter) 방식에서 가닥을 잡았다. 소련 측이 해군함정 일부를 넘기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이에 펩시는 잠수함 17척, 순양함 1척, 구축함 1척, 프리깃함 1척을 받는 조건으로 펩시콜라를 공급했다.

중요한 것은 소련이 교환한 이 '함대'가 무용지물의 함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잠수함은 전부 디젤추진식 잠수함이었으며, 순양함은 미사일 순양함이었다. 구축함과 프리깃은 모두 대잠전용으로 설계된 함정들이었다.

매우 잠시동안이지만, 펩시는 어지간한 국가 대부분보다 강력한 해상전력을 보유했다. 그리고 펩시 쪽에서는 농담처럼 '이 정도면 펩시의 해군력은 세계 6위 정도 될 것'이라 말했다.

펩시가 사세를 넓히기 위해 택한 이 바터 방식은 다소 무모한 해결책이었지만, 창의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또한 기업이 정부와 거래를 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방산시장 진출이 쉬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물론 펩시는 방산 사업에 관심 없었으므로 이들 배는 곧장 폐선 처리됐으며, 폐선하고 난 잔해와 특수강은 그대로 재판매 된 뒤 펩시에게 현금으로 돌아왔다. 사실 펩시가 재판매 대신 폐선을 선택한 이유는 방산법 위반 가능성 때문이기도 했다. 군수물자의 수입과 재판매 과정에서 어떤 방산관련 조항을 위배하게 될 지 알 수 없었으므로, 안전하게 배들을 '부숴버린 뒤' 고철로 판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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