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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12. 26] 소련 해체로 우주 미아가 된 러시아 우주인

라마막 2022. 12. 28. 10:05

미르 정거장에서 촬영된 세르게이 크리칼레프의 모습.

나라가 망하면서 우주 미아(!)가 됐던 유일무이한 사례.

세르게이 크리칼레프(Sergei Krikalev, 1958~)1991518, 우주 정거장 '미르(Mir)'에서 작업하기 위해 우주로 떠났으나 19923월까지 지구로 귀환할 수 없었다. 그는 지구를 떠날 당시 소련인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왔을 때는 러시아인이 되어 있었다. 그 사이에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19911226, 소비에트 연방이 전격 해체됐으며, 그는 사실상 그 어느 국가도 책임지지 않는 신세가 돼버렸다. 이 때문에 크리칼레프는 원래 계획했던 임무기간의 두 배 이상 우주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총 311, 거의 10개월 가까이 우주에서 머물렀으며, 본의 아니게 그 과정에서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지구인의 기록을 수립했다. 그 기간 중 소련은 원래 4차례의 우주선을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로 줄였고, 두 번 모두 비행 엔지니어 없이 임무에 투입됐다.

당시 엄청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재정 문제를 겪던 러시아는 미르 정거장으로 향하는 소유즈 로켓 내 좌석을 다른 국가에 팔고 있었다. 이때 오스트리아는 $7백만 달러로 한 좌석을 샀고, 일본도 $1,200만 달러로 한 석을 사 TV 리포터를 우주로 보냈다. 당시 러시아는 심지어 미르 정거장이 아직 제대로 작동하는 동안 타국에 매각하는 것까지 고려했었다.

이 때문에 미르로 왔던 우주인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는 동안 유일한 비행 엔지니어인 크리칼레프는 대체인력이 없어 귀환할 수 없었다. 고향에서 머나먼 우주에 갇힌 그는 이후에 오는 우주선 편에 향수병을 달랠 꿀을 한 병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꿀조차 구하기 힘들던 러시아 우주국은 레몬과 홀스래디쉬를 대신 구해다 보냈다.

크리칼레프는 1992325, 독일 정부가 $2,400만 달러로 소유즈 좌석을 사면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비행 엔지니어인 클라우스-디트리히 플라드(Klaus-Dietrich Flade,1952~)를 보내 겨우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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