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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제국 최강의 무기, "그리스의 불"

라마막 2022. 12. 8. 23:24

비잔틴 제국 궁극의 병기였던 <그리스의 불(Greek Fire)>에 대한 이야기. 비잔틴 제국의 화학자들이 조합한 어떤 성분을 이용해 "화염"을 방사하는 무기로, 기원후 672년 경에 처음 선보인 뒤 수년간 해상에서 적 함대를 상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수 세기 동안 비잔틴 제국은 로마 제국의 뒤를 이어 판도를 넓힐 수 있었음.

특히 콘스탄티노플 방어에서 더욱 빛을 발했는데, 이유인 즉 콘스탄티노플 자체가 3면이 바다인 지형이다보니 적은 해상으로 공격을 해야만 했고, 이 때 적 선단을 공격할 수 있는 이 "화염무기"가 제대로 먹혀든 것.

위에도 말했듯 비잔틴의 화학자들이 만들어 낸 이 "액체 화염" 성분은 오늘날까지도 구체적인 성분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문헌 상의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송진, 나프타, 생석회, 인화 칼슘, 황, 질산 칼륨 등을 조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불>이 효과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액체 화염 성분이었기 때문에 물 위에서도 계속 발화가 되었다는 점. 특히 아직 목선 위주로 해상전이 벌어지던 시대에는 이것이 주효하게 먹혀들었으며, '물 위에 떠있는 화염'의 이미지는 적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 무기가 비잔틴 제국만의 독점무기라는 점에서 그 비대칭성의 효과는 제국의 존립에 큰 영향을 끼쳤음.

하지만 비잔틴의 국력이 계속 쇠퇴하기 시작하다가 사산조 페르시아에게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일대를 잃어버리며 수도 콘스탄티노플까지 위협받았고, 아랍군은 679년 기어이 이 수도 함락을 위해 포위망을 조여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 "그리스의 불"은 아랍군의 선박을 불태우며 함락 위기의 콘스탄티노플을 지켰고, 다시 승기를 잡은 비잔틴은 10~11세기에 걸쳐 사라센과 대결하며 다시 판도를 넓히기도 했었다.

이 <그리스의 불>은 비잔틴 제국의 멸망과 함께 기록이 끊겼는데, 어떤 병기였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록들이 아직 전해져온다.

1. 물 위에서도 계속 불탔으며, 일부 목격에 따르면 '물이 있어야' 점화가 되는 것 같았다고 함. 일단 발화가 시작되면 이 화염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는데, 모래를 붓거나, 강한 식초를 이용하거나, 묵힌 소변 등을 이용하면 꺼졌다는 기록이 있음. 아마도 우연적인 화학작용으로 진화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2. 탄도체가 아니라 액체였으며, 통상적으로도 "액체 화염"이라고 불렀음.

3. 사이펀이라는 일종의 호스 같은 파이프로 뿜어냈으며, 도기 그릇에 담아 던지는 '수류탄' 형태로도 사용됐다.

4. 한 번 <그리스의 불>을 쓸 때면 엄청난 천둥소리와 연기가 동반됐다고 한다.

이 무기는 최초에는 해상에서 사용됐으나 시간이 흐르며 공성전 방어용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으며, 후반부에는 공격무기로 전환되어 적 진형을 깨기 위한 용도로 쓰인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런 획기적인 개념에도 불구하고 약점 또한 분명했는데, 사거리가 짧았기 때문에 사거리 내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그럭저럭 치명타를 피할 수 있었음. 또한 아랍군은 이 물질이 식초에 약하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식초에 적신 가죽을 덧대는 방법을 쓰면서 전장 위의 효과가 반감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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