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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31] 사우디, 상하이협력기구(SCO) 전격 가입 이유는?

라마막 2023. 3. 31. 16:21

사우디가 왜 갑자기 개뜬금 중국의 중재를 받아 상하이 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에 가입했는지가 관심을 받는 중이다. 

결론은 돈, 그리고 저물어가는 석유 시대에 대한 불안이다.

- 지금 SCO 가입한 것이 그냥 뭐 중국/러시아와 한 편에 서네 마네 문제가 아니다. SCO 안에는 전통의 웬수이자 역내 라이벌인 이란이 들어있기 때문. 심지어 이란은 미국과도 각을 세우는 관계인데, 이 정도면 사실 역내 순니파 국가+미국과도 등 돌리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 ...그럼 무슨 득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할까?

- 결국 석유 산업의 퇴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전기차니 뭐니 산업이 석유에서 배터리로 갈아타면서 석유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아직 내연식 자동차나 석유화합물질(예를 들면 플라스틱이나 비닐) 생산 때문에 명맥은 유지가 되고 있으나, 석유 시대가 접어들고 있다는 건 생산자인 사우디가 제일 잘 알 듯.

- 그래서 요새 산업구조를 석유에서 금융업으로 갈아타네 뭐네 하면서 비전 2030이니 뭐니 야심차게 몰아붙였고, 석유 루트를 지키면서 기술산업을 첨단화 한다는 구상으로 "네옴 시티"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리고 서방의 열렬한 지원과 돈다발 세례가 쏟아지길 기대했노라만, 결과는 반대다.

전에도 말했듯, 이코노미스트에서 한 번 대차게 깐 바에 따르면 투자는 거의 모이지 않았고, 원래 2023년 완공 계획이던 "네옴" 시티는 현장에 빌딩 두 세 개 밖에 올라가 있지 않다고 한다. ?

- 사우디의 신뢰도 문제다. 언론인인 카쇼기가 사우디 왕가 까고 다닌다고 그걸 터키 주재 사우디 대사관으로 끌어들여 죽인게 우선 치명타였다. 지 마음에 안 들면 "무식한" 짓도 서슴없이 한다는 것만 보여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네옴시티 자체의 현실성인데... 무슨 날으는 자동차라던지, 로봇 가정부라던지 현존 기술을 뛰어넘는(!!) 기술들을 도시 설계의 기반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많이들 제안서만 보고 덮었다고 한다.

- 윤석열 정부 역시 얼마 전 사우디 국왕이 방문했을 때 성과로 투자 약속이니 뭐니 한 건 이런 이유로 나중에 조심해야 한다고 봄. 우선 리야드에 앉아만 있으면 투자 좀 하게 해주세요 하는 손님이 미어들던 사우디가 호객하러 전세계를 다니기 시작한 것도 수상하고, 한국과 이야기 하는 와중에 일본과는 이야기가 결렬된 것도 좀 찜찜하다. 아마 일본이야 정치적으로 사우디 투자를 밀지 않았으니, 기업들이 제각각 사우디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후 "할 이야기 없다"고 퇴짜를 놨던 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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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갑자기 웬 중국과 러시아냐?

- 지금 SCO 멤버들을 보자. 이란, 중국, 러시아 외에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캄보디아, 이집트, 네팔, 카타르, 스리랑카, 터키 등이다.거기에 아프가니스탄이 옵서버로 들어가 있다.

- 면면히 보자면 우선 저개발국이라 휘어잡기 쉬운 국가들이고, 대부분 중국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거기에 "서방에서 이탈국가" 끌어들이기에 바쁜 중국 진영은 요새 사방에 돈 퍼쓰는 규모도 크다. , 까다롭게 굴고 투자도 안하는 서방에 줄 서있다가 망하느니, 마지막으로 중국 뒤에 줄 서서 미국 욕 좀 하는 대신 중국 돈으로 투자 좀 왕창 받고, 어수룩한 호구 국가들에 개발이네 뭐네 하며 이런저런 장사 좀 하겠단게다.

- 중국 역시 중동산 석유 확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가 땡기는 국가다.

- 사실 사우디가 엇나간 건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 영향도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의회에서 상원 외교위원장을 할 때부터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지적해왔고, 공식석상에서 대놓고 깐 적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에 이 ''이 더 커졌는데, 바이든은 러시아가 에너지로 서방을 협박하자 사우디에 석유 증산을 요구했으나 사우디와 OECD 국가들은 (기름값 오르니) 오히려 반대로 감산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이 결정을 보고 "응분의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대노한 적이 있었다.

- 뭐 사우디 말로는 다각적인 외교 채널을 트는 것 뿐이네 어쩌네 하면서 퇴로를 함께 열고 있는 것이 보이나, 당장 내전 이후 단교했던 시리아와 재수교 후 아랍연맹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참고로 아랍연맹 자체는 다시 부활해 일종의 지역 군사기구로 존재 중임), 사실상 서방과는 완전히 돌아서려는 각이 서는 중.

요약해보자.

1) 사우디는 석유산업 약화로 미래에 굶어죽을까봐 뭔가 대책이 필요한데, 사력을 다해 짜낸 마지막 약팔이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 산업 변화를 위한 투자 약팔이가 서방에 안 먹힘.

2) 그 와중에 하필 미국은 예전부터 사우디 인권문제를 까면서 극혐해 온 바이든이 대통령이 됐고, 더더욱 서로 주는 거 없는 관계가 되면서 관계 악화.

3)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석유 감산을 해 서방을 괴롭히자 미국은 사우디에게 '너라도 석유 좀 늘려라'고 했으나, 기름값 올라 신났는데 가격을 떨어뜨릴 이유도 없고, 가뜩이나 빈정상한 바이든의 말을 듣기 싫어 오히려 러시아와 합세해 석유 감산을 실시함. 문제는 작년 겨울이 추운 겨울이 아니라서 생각보다 서방이 타격을 적게 입었고, 이 때문에 '미국 등에 칼을 꽂으려던' 시도만 뽀록 나고 관계 악화.

4) 이 판국에 중국이 '주는 거 없는 서방과 손 끊고 우리랑 놀자'고 제안. 어차피 미국과는 이제 완전 틀어진 판인데, 중국이 투자니 뭐니 당장은 해달라는 거 다 해줄 각으로 보이니 만사 제치고 SCO로 뛰어감. 가보니 전통의 웬수 이란이 있지만 돈 앞에선 모두가 친구.

5) 혹시 몰라 '이건 어디까지나 외교 채널을 넓히려는 다각적인 시도일 뿐, 정치적 해석은 노노'라고 말로는 했으나 실제 행동은 그 반대로 가는 중.

6) 그래서 사우디는 과연 석유산업을 대체할 산업을 일으키고, 러시아-중국-이란과 함께 어울리며 행복한 장미빛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 일단 자존심 더럽게 센 사우디가 아직 겪지 못한 건, 신사적인 서방과 달리 중국에게 있어 모든 외교관계는 수평이 아닌 수직관계(특히 상대방 국력이 조금이라도 처진다면 더욱 더...) 뿐이라는 사실.

7) SCO 멤버 상당 수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말려들었다가 부채만 떠안고 엿된 나라들인데, 과연 사우디는 거기서 돈을 싸안고 나올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듯. 누가 말하길, "중국에서 사업한다는 사람은 많지만, 중국에서 돈 벌어서 갖고 나왔다는 넘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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